법원, 거래소 자율규제 손 들어줬다...'위믹스' 상폐 확정

[이슈진단+] 위믹스 본안 소송서 승소해도 타격 불가피

디지털경제입력 :2022/12/07 19:58    수정: 2022/12/07 19:59

법원이 위메이드의 코인 '위믹스(WEMIX)' 상장 폐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자율규제에 힘이 실리게 됐다.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위믹스 측이 두나무(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을 상대로 한 상장 폐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 거래소들은 국내 원화마켓 운영 가상자산 거래소가 모인 디지털자산거래소연합체(DAXA) 회원사다. 거래소들은 DAXA 논의에 따라 재단의 유통량 허위 공시 및 잘못된 정보 제공, 재단의 신뢰 회복 실패 등을 이유로 위믹스를 상장 폐지하겠다고 지난달 24일 예고했다.

그러나 위믹스는 이에 불복, 가처분 신청을 했다. 소명도 충분히 했을 뿐 아니라, 특히 DAXA 차원에서 특정 코인을 국내 시장에서 퇴출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법원이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지만 위메이드는 본안 소송으로까지 법적 분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다만 가처분으로 무의미해질 수 있었던 DAXA의 제재 조치가 일단 계획대로 이뤄지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법원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자율규제 방침을 존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위믹스

■거래소 공동 코인 심사, '담합' 딱지 떼냈다

거래소들이 위믹스 상장 폐지를 예고한 이후, 위메이드 및 일각에서는 DAXA 회원사들이 문제적 코인에 대해 공동 대응하는 것이 일종의 담합이라고 지적했다. 원화마켓이 사실상 국내 가상자산 거래 시장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점이 근거로 언급돼왔다. 코인마켓 거래소가 있다지만 사실상 국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거래소들은 각사가 모두 상장 폐지가 타당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이번 조치를 내리게 됐다고 반박했다. DAXA 차원에서 내리는 결론은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닌 권고 방침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심문 과정에서 거래소들은 코인에 대한 상장 폐지로 얻는 이득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2일 두나무를 대리한 법무법인 세종 측은 "거래소로선 위믹스가 계속 거래소에서 거래돼 수수료가 발생하는 것이 더 수익이 크다"며 "그 수익을 포기하고,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거래지원 종료를 결정한 것은 불확실한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자를 기망하는 행위를 하는 자산을 남겨두는 것이 더 큰 투자자 손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이 거래소들의 이런 주장에 타당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DAXA 소속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만약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다면 DAXA가 그간 제재해온 코인들에 대해서도 법적 분쟁이 발발하게 됐을 것"이라고 했다.

■법적 권한 확보·의사 결정 구조 개선은 숙제

국내 원화마켓 운영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당초 계획에 따라 오는 8일 위믹스 거래 지원을 종료할 수 있게 됐다. 다만 DAXA 운영을 지속해나가는 데 있어서는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이 이번 과정에서 여럿 지적됐다. 이런 숙제를 풀기 전까지 문제적 코인을 제재하는 데 있어 다소 조심스런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가이드라인의 모호성이 그 중 하나다. 위메이드는 입장문에서 여러 차례 코인 유통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로, 유통량을 문제삼는 것은 거래소의 일방적인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유통량뿐만 아니라 거래소들이 코인 상장·폐지 정책도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다른 업계뿐 아니라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거래소는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지속적으로 코인 상장·폐지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해왔으나, 내부 기준을 전부 공개할 경우 도리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거두지 못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위믹스와의 소송전을 앞두게 된 만큼, 향후에는 객관적인 판단 기준을 공개하고, 이를 토대로 거래소 운영을 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5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 출범식.

DAXA의 논의 구조에 대해서도 개선점이 지적됐다. 각사 한 명씩 참여하고, 어떤 인력이 참여하는지는 베일에 싸인 상태다. 거액이 투자된 가상자산의 가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에서 향후 투명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자율규제를 지향한다면 절차와 기준이 객관적으로 정립돼 있어야 하고, 모든 것을 다 미리 정해둘 수는 없으니 상황에 따라서는 여러 사람이 모여 판단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합의된 내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치가 있으면 담합으로 간주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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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에선 DAXA의 지위도 문제가 됐다. 법적 지위가 없는 단체가 코인 상폐라는 중요 문제를 결정해도 되냐는 것. 때문에 향후 DAXA가 논란을 예방하고자 법적 지위 확보에 나설 것으로도 예상된다.

DAXA 소속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지적된 부분들에 대해 보완하려 하지만 아직 방향성은 구체적으로 세우지 않았다"면서도 "DAXA 차원에서 코인에 대한 평가 기준을 세우고, 거래소들이 이를 참고한 코인 평가 정보를 세부적으로 공개하게 되면 자연히 거래소 간 투명성 경쟁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