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산이 원칙" vs "사인 안 했다"…SKB-넷플릭스 소송 공회전

SKB-넷플릭스, 항소심 7차 변론서 SFI 두고 논쟁

방송/통신입력 :2022/11/28 16:37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계약을 진행할 당시 무정산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두고 다시 한 번 논쟁을 이어갔다. 양측은 이날도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 19-1부(부장판사 배용준 정승규 김동완)는 28일 오후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항소심 7차 변론기일을 가졌다. 양측이 구두로 변론을 진행한 뒤 SK브로드밴드 기업 담당 임원인 조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양측은 2015년 9월 망 연결에 대한 합의를 진행했으며, 이듬해 1월 시애틀에서 인터넷교환포인트(IXP)인 인터넷교환노드(SIX)에서 처음으로 망을 연결했다. 이후 2018년 5월 망 연결지점을 도쿄로 옮기며 연결방식을 브로드밴드교환노드(BBIX)로 바꿨다.

그동안 SK브로드밴드는 SIX와 BBIX는 기술적·구조적으로 명백히 다르다고 주장해왔다. SIX는 누구나 포트 비용만 내면 연결하고 트래픽을 교환할 수 있으나 전용회선이 아니기 때문에 품질은 보장되지 않는다. 반면 BBIX는 프라이빗 피어링으로 품질이 보장된다. SK브로드밴드는 SIX가 아닌 BBIX는 전용회선이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사용료를 지급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재판에서도 넷플릭스는 피어링은 무정산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넷플릭스측 변호인은 "무상상호접속약정인 SFI(Settlement Free Interconnection) 계약서의 존재 유무와 관계 없이 무정산 피어링이 원칙"이라며 "넷플릭스는 7천800여개의 인터넷사업자(ISP)와 무정산 피어링을 하고 있으며, 이 중 계약서가 없는 경우도 6천여개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변론에서 넷플릭스측은 2015년 SK브로드밴드에 무상상호접속약정인 SFI 계약서를 보냈으며, 이 안에 양측이 트래픽 소통에 필요한 비용을 각자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무정산 피어링에 대한 넷플릭스의 원칙을 이미 SK브로드밴드측에 고지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SK브로드밴드측은 "서명하지 않는 식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반박했다. 

넷플릭스측은 "SK브로드밴드와 망 연결지점을 시애틀에서 도쿄로 하루 아침에 옮기지 않았다"며 "도쿄에서부터 대가를 지급하기로 했다면, 그 기간동안 얼마든지 대가에 대해 논의할 수 있었는데 SK브로드밴드는 지금까지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SK브로드밴드가 원하면 얼마든지 넷플릭스측에 대가지급을 요구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정산 합의가 있는 줄 알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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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측은 SFI 계약서는 인터넷 업계에서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SK브로드밴드측은 "SFI 계약서는 양자 간 연결에 대한 합의서로, 다자 간 연결로 이뤄진 SIX 연결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면서 "또 SFI 양식을 보낸 이메일 어디에도 넷플릭스는 피어링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SIX에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알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소통시킨 트래픽에 대해 SK브로드밴드가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 양사 간 무정산 합의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며 "SIX에서의 망 연결과 트래픽 소통에 대해 어떠한 합의도 없었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으며 합의 자체가 없었으니 무상 합의도 존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