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는 얼음' 카카오 IDC 화재 현장에 던졌더라면

생기원, 가스하이드레이트 응용 소화탄 기술 개발

과학입력 :2022/11/24 13:25    수정: 2022/11/24 14:19

최근 전 국민의 커뮤니케이션을 먹통으로 만든 카카오톡 장애는 카카오 서버가 있는 데이터센터의 배터리에서 출발했다. 배터리에 화재가 나면 배터리 셀이 잇달아 열을 발산하는 열 폭주 현상으로 진화가 쉽지 않다. 

이처럼 대형 물류센터나 화학 공장, 초고층 건물 등 접근이 어려워 초기 진화가 쉽지 않은 특수화재가 늘고 있다. 산불 역시 해마다 550건이 발생, 여의도 면적의 20배가 넘는 산림이 소실되는 형편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원장 이낙규)은 얼음 결정 같은 모양의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이용, 접근이 어려운 화재 현장에서 신속·정확하게 불을 끄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저온·고압 상태에서 물 분자 안에 메탄이 결합된 결정체로 동해 해저에 많이 묻혀 있다. 생기연 에너지소재부품연구그룹 이주동 박사 연구팀은 연구팀은 메탄 대신 소화가스를 저장해 불을 끄는 방법을 개발했다. 나노크기의 가스하이드레이트 결정 구조 안에 청정 소화가스를 가뒀다. 불에 닿으면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녹으면서 물과 소화가스가 분출돼 불을 끈다. 

상용 에어로졸을 380g 투입한 후 소화를 시도했으나 불이 꺼지지 않았다. (사진=생기원)
가스하이드레이트 분말을 150g 투입하자 10초 내 화염이 소멸됐다. (사진=생기연)

일종의 '불끄는 얼음'을 화재 현장에 던지는 셈이다. 보통 가스를 저장하려면 고압용기에 압축해야 하지만,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물 분자의 수소결합이 고압용기 역할을 해 별도 저장용기 없이도 소화가스를 50~120배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다. 소화가스가 압축된 고체 형태의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얼음과 비슷한 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어 휴대성·기동성이 높다. 산지, 초고층건물, 해양플랜트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특수화재 현장에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다. 

펌프 성능 한계로 물이 닿지 않는 15층 이상 초고층건물의 경우, 소화탄을 드론에 실어 화재 현장에 투척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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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가스하이드레이트 형성 원리를 응용한 소화탄 제조 기술의 원천 특허를 획득하고, 이를 상용화하기 위한 소화용 가스하이드레이트 제조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주동 박사는 "가스하이드레이트 응용연구를 진행하던 중 물의 격자구조 내에 다량의 소화가스가 충진되는 현상을 확인하고 소화탄 기술을 연구하게 됐다"라며 "특수화재 현장의 소방·방재 시스템을 구축하는 R&D를 통해 대형화재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데 기여하고 싶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