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깨알같은 반도체 칩 소자까지 본다…자이스 동탄연구소 가보니

전자 현미경·측정기 등으로 국내 시장 공략...연구개발 센터 짓고 480억원 투자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11/24 10:23    수정: 2022/11/28 16:47

23일 자이스 동탄연구소(코리아 이노베이션센터)에는 X선 촬영(X-ray), 전산화 단층촬영(CT) 등 여러 방식으로 측정하는 장비가 10여대 넘게 돌아가고 있었다.

자이스는 독일 광학 회사다. ▲반도체 ▲산업품질(현미경·측정기) ▲의료 ▲안경렌즈 4개 사업부를 뒀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에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용 반사 거울을 독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광학 기업 자이스가 지난 8월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문을 연 연구소(Korea innovation center·코리아 이노베이션센터)(사진=유혜진 기자)

자이스는 지난 8월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연구소를 차렸다.

정현석 자이스 한국지사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회사가 동탄과 이 근처에 두루 있다”며 “동탄역이 가까워 자동차·배터리 업체도 오기 쉬워 이곳에 자리 잡았다”고 소개했다. 자이스 한국지사는 1986년 세워졌다. 서울 송파구와 경기 화성시, 경남 창원시 등에 있는 사업장에서 직원 330명 이상이 일한다.

자이스 직원이 23일 경기 화성시 동탄연구소에서 휴대용 레이저 스캐너 '티스캔 호크(T-SCAN hawk)'를 시연하고 있다.(사진=유혜진 기자)

이날 자이스 동탄연구소에서 맨 처음 살펴본 제품은 휴대용 레이저 스캐너 ‘티스캔 호크(T-SCAN hawk)’다. 매가 하늘에서 날면서 내려다보듯 스캐너로 물건을 훑으면 모니터에 촬영 사진이 나왔다. 자이스는 더 큰 물건을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고 레이저 속도를 빠르게 개선한 휴대용 레이저 스캐너를 다음 달 출시하기로 했다.

자이스 직원이 23일 경기 화성시 동탄연구소에서 3차원 측정기 '아큐라(ACCURA)'를 시연하고 있다.(사진=유혜진 기자)

3차원 측정기 ‘아큐라(ACCURA)’는 물건 길이와 부품 간 거리 등을 잴 때 쓴다. 연필처럼 생긴 접촉식 센서가 물건을 콕콕 찌를 때마다 불이 깜빡이며 ‘삐’하고 작은 소리가 났다. 접촉 측정이 끝나니 장비가 자동으로 움직이며 센서를 바꿔 끼웠다. 레이저가 움직이며 비접촉 측정을 시작하자 빨간 불빛이 들어왔다.

자이스 직원이 23일 경기 화성시 동탄연구소에서 3차원 X선 전산화 단층촬영(CT) 장비 '메트로톰(METROTOM)'을 시연하고 있다.(사진=유혜진 기자)

‘메트로톰(METROTOM)’은 3차원 X-ray CT 장비다. 장비 안에 넣어둔 물건이 360도 돌아가면서 측정됐다. 한 바퀴 도는 동안 사진을 3천~5천장 찍는다. 손톱만한 물건부터 몇 톤짜리까지 짧게는 5분에서 길게는 2시간 동안 정밀하게 촬영한다. CT로 내부 단면을 볼 수 있기에 용접 상태도 확인할 수 있다. 반도체 칩 안의 소자, 2차전지 원통형 배터리의 음·양극재, 자동차 바퀴와 휠이 붙은 부분을 볼 때 활용한다.

자이스 직원이 23일 경기 화성시 동탄연구소에서 장비로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왼쪽 화면은 2차전지 배터리, 오른쪽은 스마트폰을 찍은 화면(사진=유혜진 기자)

박성진 자이스 산업품질사업부 전무는 “기업들이 연구개발(R&D)이나 품질 관리 부서에서 쓰던 측정 장비를 생산 현장에서도 바로 도입하는 추세”라며 “까다로운 품질이 요구되면서 표본 조사에서 전수 조사로 바꾸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차·항공 같은 이동 수단에 정밀 측정 장비가 많이 쓰인다”며 “요즘에는 풍력 발전 부품을 포함한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수요가 늘었다”고 전했다.

자이스 장비를 사기에 앞서 동탄연구소에서 체험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 무슨 장비가 알맞은지 보고 결정하면 된다. 자동차나 가전제품 판매 대리점에서 물건을 써보고 가격을 포함한 정보를 알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자이스 장비를 사고 난 뒤에도 동탄연구소에서 상담할 수 있다. 정 사장은 “동탄연구소는 한국 산업과의 협력 기반”이라며 “현지 고객 가까이서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기 딱 좋은 위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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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자이스 한국지사장이 23일 경기 화성시 자이스 동탄연구소에서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유혜진 기자)

자이스는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 반도체 연구 개발 시설(PCS)을 짓기로 했다. 

정 사장은 “2026년까지 한국에서 480억원을 쏟아 부을 것”이라며 “장소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부터 공사해 2024년 문을 열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기술자를 많이 뽑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자이스 한국지사는 최근 3년 동안 동탄과 창원 등에 50억원을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