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독점, 소비자 선택·부당행위 여부 중요…심사지침 보완 필요"

인기협 '온라인 플랫폼 규제의 올바른 방향성' 토론회...전문가들 "정부 신중론 펴야"

인터넷입력 :2022/11/21 18:19    수정: 2022/11/22 08:52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 기조였던 윤석열 정부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업자를 겨냥한 심사지침 제정 계획을 발표하며 빅테크 기업들 대상의 제재를 예고했다. 그러자 전문가들은 과도한 법적 규제 칼날을 우려하며 "정부가 신중론을 펼쳐야 한다"며 머리를 맞댔다.

공정위는 올 초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및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심사지침’ 제정안을 만들고 행정 예고를 마쳤다.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과 달리, 심사지침은 플랫폼 사업자 사이 경쟁제한행위에 대응하는 데 무게를 뒀다.

그간 전통 산업 중심으로 공정거래 위법성을 판단했다면, 누적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법 집행 사례를 토대로 잘못된 거래행위를 예방하자는 게 심사지침 골자다. 공정위는 주요 경쟁 제한행위 유형으로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자사우대 ▲끼워팔기로 규정했다.

멀티호밍은 입점업체의 경쟁플랫폼과 거래를 제한하는 것으로, 재작년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업체와 계약 체결 시 카카오 등 제3자에게 매물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게끔 한 행위가 대표 사례다. 최혜대우는 경쟁 플랫폼 대비 자사 거래조건을 더 유리하게 적용해달라는 요구다.

21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의 올바른 방향성’ 토론회가 열렸다.

21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규제의 올바른 방향성’ 토론회에서 사업자의 ▲공급·중개자로서 이중지위에 대한 이해상충 문제 ▲지배력 전이를 통한 자사우대 행위 ▲최혜대우 부당성 판단 기준 세 가지 관점으로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지를 판단하는 논의가 오갔다.

"플랫폼 사업자 이중지위, 무조건 시장 혼란 야기하지 않아" 

먼저, 서비스를 공급(선수)하거나 중개(심판)하는 플랫폼 사업자 이중적 역할을 놓고 박세환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중지위를 가진 데 대한 이해상충 문제엔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플랫폼이 심판으로 시장 내 모든 영업활동을 좌지우지하고, 임의로 조작한다는 ‘선수-심판론’에 대해선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유럽연합(EU)에서도 관련 문제에 대해 법안 제정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이중지위를 갖고 선수와 심판으로 모두 역할(플레잉코치)한다고 해서 반드시 시장 혼란을 야기할 만한 행위로 직결되진 않을 것이란 게 박세환 교수 견해다.

공정위 심사지침 제정 목적과도 맞물리는 사업자 자사우대 행위를 놓고선, 이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배력 전이 측면에서 분석했다. 구글, 네이버 등 빅테크에서 시장 지배력을 지렛대로 삼아 인접 시장 지배력을 확대한 데 대해 독점인지, 아니면 서비스 품질이나 소비자 편익 제고에 초점을 맞췄는지 등을 판단하는 법적 근거는 국가별로 상이하다.

이 교수는 “자사우대 행위에 대한 경쟁법 판단은 일관되지 않고, 상당히 차별적”이라면서 “공정위나 국내 법원 모두 지배력 전이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 인정하기보단, 경쟁제한을 초래했는지 등 여부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자사우대 행위 그 자체 위법으로 볼 수 없어"…심사지침 보완 必

이어진 토론에서 플랫폼 자사우대 행위 그 자체를 위법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가 나왔다. 오승환 아주대 교수는 “부유한 부모를 둔 자식들이 경제력에 힘입어 더 많은 교육기회를 얻으며 사회적 성공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이를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것으로 판단할 순 없다”면서 “자사우대 행위의 경우, 경쟁자 고객접근성을 방해하거나 차단하는 등 시장봉쇄 가능성 입증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21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의 올바른 방향성’ 토론회가 열렸다.

심사지침 내 보완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전상호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소비자 선택에 따른 독점과 부당한 방법을 통한 독점은 구별돼야 한다"면서 "서비스 우수성으로 이용자가 쏠려 자연스레 독점이 형성되면, 그 독점 상태를 문제 삼아 인위적인 규제가 가해져 혁신 저해와 소비자 후생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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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변호사는 "경쟁법상 정부개입은 어디까지나 사업자가 부당한 방법을 이용해, 독점력을 획득했거나 이를 유지 또는 강화한 경우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심사지침상 검토, 보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용호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장은 "별도 심사지침을 제정하는 건 현행법상 시장지위 남용이나 불공정거래 행위 등 방향적 특성과 네트워크 효과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며 "심사지침을 곧, 플랫폼 분야가 여타 산업군과 차별화한 특징을 내포한 점을 고려한 다른 차원의 접근으로 해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