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림막 세운 대통령실 "尹 도어스테핑 중단"

대변인실, 尹 통상 출근시간 6분 앞두고 돌연 '잠정 중단' 통보

생활입력 :2022/11/21 10:39

온라인이슈팀

대통령실은 21일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전 8시54분쯤 기자단 공지를 통해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통상적인 도어스테핑 시간을 6분 앞두고 도어스테핑 중단을 통보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11.1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대변인실은 "도어스테핑은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그 취지를 잘 살릴 수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변인실이 언급한 '불미스러운 사태'는 지난 18일 도어스테핑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윤 대통령이 MBC를 가리켜 "우리 국가안보의 핵심 축인 동맹 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다고 말하고 등을 돌려 들어가려고 하자 MBC 기자는 'MBC가 무엇을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냐'고 따져물었고 윤 대통령은 그대로 집무실로 올라갔다.

대통령실은 당시 기자가 윤 대통령의 등 뒤에 대고 '따지듯이' 물은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판단하고 있다. 윤 대통령도 사태 직후 강한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이기정 비서관이 '가시는 분 뒤에 그렇게 대고 말하면 어떡하냐'고 항의했고 MBC 기자가 "기자 출신이시데 이렇게 하시면 안 되죠"라고 맞받으면서 약 2분간 고성과 언쟁이 오가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20일) 기자들과 만나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고 대통령실은 매우 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향후 도어스테핑과 재발 방지를 포함해 어떻게 이 문제를 해소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대통령실 1층 로비에는 윤 대통령이 이용하는 출입구 앞에 약 6미터 높이의 가벽이 세워졌다. 평소 기자들이 출입문을 통해 누가 드나드는지 전혀 볼 수 없게 됐을뿐더러, 만약 도어스테핑을 진행하더라도 기자들이 일렬로 줄을 서서 도어스테핑 장소에 '입장'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가벽이 MBC 기자와 이 비서관의 언쟁 때문이냐는 질문에 "직접적으로 연관돼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언론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용산 시대'의 의미가 바랠 것이라는 지적에는 "대통령이 여러분(취재진)을 수시로 만나겠다는 의지는 도어스테핑을 통해 여러분이 계속 확인하고 계시다"며 "도어스테핑을 폐지하겠다거나 중단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 의지는 변함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을 전제로 도어스테핑 중단 통보가 내려진 데 따라 윤 대통령의 소통 의지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도어스테핑이 꽤 오랫동안 재개되지 않을 것이며 아예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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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께 도어스테핑 없이 대통령실로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 윤 대통령이 통상 시간에 출근하면서 도어스테핑을 진행하지 않은 경우는 지난 7월 기자실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한 경우와 '이태원 참사' 애도기간 뿐이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