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尹정부의 연금개혁은 너무 급하다

효율과 숙의 사이에서 속도 아닌 방향성 고려해야

기자수첩입력 :2022/11/17 11:11    수정: 2022/11/17 13:19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가 국민 목소리를 반영하는 사회적 합의 기구 설치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연금특위는 전날 오후 2차 회의를 열고 민간자문위원회 구성을 논의했다. 지금까지 연금특위가 한 일은 신통치 않다. 국회 연금특위는 지난 7월 출범 이후 내년 4월까지 9개월 동안 활동하게 된다. 그렇지만 활동 기한의 절반이 지나도록 연금개혁과 관련해 이렇다 할 논의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그나마 마련한 것은 회의체 구성인데, 이를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유는 전문가 자문기구 구성 때문인데, 시민사회단체 등은 국민들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반발한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전문가 자문기구를 이른바 ‘밀실야합’으로 규정, 반발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일견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연금제도 개혁 결과가 우선 국민 대다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영향의 광범위성을 고려할 때 충분한 숙의와 사회적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반론도 존재한다. 전 정권 당시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당시 정부안 4개를 3개안으로 줄였을 뿐 연금개혁에 대해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문가 자문위원들이 참여할 때라야 연금개혁의 실효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연금특위는 말한다. 효율 측면에서 이 견해도 일견 설득력은 존재한다.

실제 연금행동 등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국민 참여 방식은 아직까지 구체화된 것이 없다. 그럼에도 연금 재정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국민들로 하여금 연금개혁 논의에 참여할 권한을 제외한다? 이것은 국민 반발을 불식시키기는커녕 도리어 가중시킬 수도 있다. 잠시의 반발에도 제도를 밀어붙인다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과 위배되며 명분도 없다. 다시 말해 연금특위는 힘이 아닌 논리로 국민들을 설득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연금행동은 “전문가 중심의 밀실 논의를 바탕으로 정치적 야합의 연금개악을 실시할 경우 국민적 저항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국민연금공단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회에서조차 쓴 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전문가만 참여한 민간자문위원회에서 연금개혁 방안과 연금개혁안을 제출하도록 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120만 명의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에도 가입자단체와 이해당사자 참여하는 사회적대타협기구를 구성한 만큼, 전체 국민에게 해당되는 국민연금 포함한 4대 공적연금 개혁에 대타협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민간자문위원회 의결 보류하고 사회적대타협기구 구성 먼저 논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하지 않은 연금개혁을 하겠다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왔다. 장차 연금재정이 고갈될 수 있다는 전망을 고려하면 연금개혁은 마냥 미뤄놓을 과제는 아니다.

연금개혁은 필시 정부여당의 지지율 하락을 야기할 수 있어 정권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것을 하겠다는 의지가 지속된다면 이는 박수 받아 마땅하다. 그렇지만 연금개혁의 핵심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윤 정부는 너무 서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