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시러큐스에 위치한 글로벌 제약사 BMS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 인수를 연내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회사는 당분간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위한 설비 투자와 사업 수주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롯바는 지난달 휴온스글로벌과 바이오 의약품 임상 및 상업 생산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롯바가 시러큐스 공장에서 생산한 원료의약품은 다시 휴온스그룹 공장에서 완제 생산되는 방식이다. 앞서 10억 달러(약 1조3천700억 원)를 투입해 국내에 의약품 생산시설 조성 계획도 밝힌 바 있다. 공장은 약 10만 리터 규모로 조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롯바가 하려는 CDMO 산업은 소위 규모의 경제로 일컬어지는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사업 분야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모델이 대표적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CDMO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CDMO 분야는 기존 블록버스터 모델에서 스페셜티 다품종 소량생산 트렌드로 바뀌고 있다”며 “삼바는 항체 분야 생산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롯바는 백신이나 유전자 및 세포치료제 플랫폼을 갖춰야만 후발주자가 아닌 경쟁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롯데 관계자는 “지난 7월 법인설립 이후 시러큐스 공장 인수가 완료되지 않아 연내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라며 “이제 사업을 시작한 상황에서 시러큐스 공장에서 향후 생산할 의약품 수주에 집중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고도화된 기술력 확보도 CDMO 사업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관련해 롯데는 과거 롯데제약을 매각하고 사업을 철수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물론 당시에도 사업방향은 제네릭 위주로 내수시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정 원장은 “삼바의 경우, 사업초창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뒷받침했고, 이것을 시너지 삼아 사업 초기 세팅이 잡힌 부분이 있다”며 “롯데는 현재까지 순수하게 위탁생산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이 부분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롯바의 경우, 설계를 처음부터 하는 것으로 SK와 삼성과 달리 기반이 없다”며 “롯데는 결국 인재영입과 인수합병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 관계자는 “다양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지만 인수합병 및 인재영입은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시러큐스 공장이 CDMO를 비롯해 여러 사업이 가능하도록 시설 투자 및 구축을 진행하고 있으며 선제적으로 진행해야할 사업부터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바와 비교는 고맙지만, 사업 초창기부터 삼바와 동일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면 너도나도 바이오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며 “이제 사업 초창기라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전했다.
롯바의 CDMO 진출은 새로운 사업자 등장 이상의 의미가 있다. 대규모 생산 역량을 가진 국내 CDMO 기업들이 많아질수록 우리나라가 의약품 위탁개발 및 위탁생산 허브로써 전 세계 제약시장에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우리 기업 간 경쟁의 의미보다 대규모 트랙이 조성되면 국내 투자 수준이 글로벌 표준이 될 수 있으며 이전의 싱가포르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제약시장에서 가진 위상이 우리나라로 이동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술 수준이 지금보다 더 향상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관련해 이원직 대표는 지난달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CDMO)시장은 블루오션이지만, 물에는 아직 물고기들이 충분히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