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는 트라우마 자체…최소 석달 간 사회자원 대거 투입돼야"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 "참혹 현장 목격 시간·강도 상당…적극 개입 필요해"

헬스케어입력 :2022/11/09 17:23    수정: 2022/11/09 17:30

“이태원 참사는 트라우마 자체다. 굉장히 강력하게 현장이 목격됐으며 그 참혹성의 정도가 너무 크다보니 직·간접 경험자들은 전형적인 트라우마 증상을 보이고 있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설명이다.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정부는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중심으로 유가족과 부상자, 이들의 가족 등에 대한 심리지원을 실시해오고 있다. 심민영 센터장은 이번 참사 발생 직후부터 최소 석달 동안 트라우마 대상자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치료 및 심리지원이 대거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트라우마 관리 등 정신건강 관련 지원 서비스는 아직 열악한 실정이다. 때문에 일선에서는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땜질식 처방이 이뤄지는 방식에서 벗어나 심리지원 투자 및 인력 확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난과 트라우마 관리 핵심을 맡고 있는 심 센터장도 이러한 인식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그는 “심리 방제는 당연시돼야한다”며 이를 위한 정부 투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30일 새벽 순천향대서울병원의 집결한 구급차들의 모습. (사진=조민규 기자)

Q. 현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나.

"이번 사태는 트라우마 자체이다. 직·간접으로 참사를 접한 이들의 트라우마가 너무 강력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비대면 심리지원이 매우 활성화되었지만, 이태원 참사의 경우 트라우마 강도를 고려해 전부 대면상담으로 전환해 진행 중이다. 찾아가는 심리지원도 실시 중이다. 여기에는 치료가 요구되는 상황도 포함된다. 사망자의 유가족 및 부상자와 그들의 가족 및 친지 등은 매우 전형적인 트라우마 증상을 보이고 있다."

Q. 참사 초반 노출 시간이 길어진 측면도 영향을 미쳤을까.

“통상 재난 등 사건은 한 번 순식간에 발생하고 현장은 봉쇄·차단된다. 재난을 겪은 사람들은 그 찰나의 기억의 각인(刻印)에 의한 트라우마로 고통 받게 된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매우 강력하게 현장이 목격된 영향도 있고, 목격의 참혹성 정도가 상당히 컸다. 무엇보다 노출의 시간이 길었다. 이런 이유로 앞선 대상자들은 상당한 트라우마 반응을 보이고 있고, 이에 대해 병원 치료를 비롯한 적극적인 서비스가 요구된다. 통상 심리지원은 의료기관 연계 후 모니터링의 단계를 거치는데 이번에는 초반부터 적극 개입하고 있다".

Q. 우리사회에서 트라우마의 위험성이 간과된 부분이 있다고 본다. 트라우마는 왜 위험한가.

"트라우마와 스트레스의 차이는 본인의 안전이 위협받았는지 여부이다. 어떤 것이 고통스럽고 짜증난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내 안전에 위협을 받았느냐가 핵심이다. 안전이 위협받은 경험은 사람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 몸과 마음은 생존의 위협을 받으면 본능적으로 강력한 신체 반응을 나타낸다. 트라우마 당사자는 매우 고통에 시달리지만, 이 고통은 신체 부상이 아니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당사자는 트라우마로 사투를 벌이고 있음에도 생존자라는 이유로 상태를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부상자의 경우, 외상은 회복해도 충격의 진정과 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가 경험한 안전의 위협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계속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는 고통은 결코 경험하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 때문에 결코 이를 가볍게 대해서는 안된다."

Q. 그렇다면 관건은 초기 개입일 텐데.

"재난 등의 충격을 경험한 대상자에게는 초반에 적극적인 도움이 이뤄져야 한다. 치료를 포함한 안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트라우마 증상이 굳어진다. 쉽게 말해 몸에 각인된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되면 실제적인 통증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것은 ‘설명되지 않은 통증’이다.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불안장애 등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PTSD는 우울증을 제외하고 가장 삶의 질이 떨어지는 증상이다. 반드시 이태원 참사를 겪은 트라우마 대상자들을 3개월 내에 회복을 촉진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 사회적 자원이 대거 투입돼야 한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

Q. 경찰·소방관·의료진 등 이태원 참사 대응인력도 트라우마에 취약한 상태일텐데.

"대응인력들은 현장에서 참혹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지나치게 자세한 부분까지 목격한다. 때문에 트라우마가 누적되고, 일종의 산업재해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또 구호 노력에도 책임을 추궁 받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소진의 요소가 존재한다. 아울러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의 대응도 맡아왔기 때문에 매우 소진된 상태다.

그래서 이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비슷한 경험을 하는 동일 직업군의 경우, 집단 상담에서 더 도움을 받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한국심리학회 ▲한국정신간호학회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등과 함께 소방·경찰·언론·의료진·학교 등을 대상으로 집단 상담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학교의 경우 사상자의 지인과 현장 목격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초·중·고 및 대학까지 협조 요청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청을 한 상태다."

Q. 참사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TV나 뉴스, 유튜브 등 미디어를 통해 참사에 간접 노출된 일반 국민들의 트라우마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론적으로 미디어를 통한 간접노출까지 트라우마의 대상으로 분류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간접 노출이 트라우마에 영향이 주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는 연구도 발표되고 있다. 이 경우 직접 경험자보다는 예후가 좋다. 정신건강 상의 다른 위험요인이 없다면 회복은 비교적 쉽다. 

그러려면 참사와의 노출을 중단해야 한다. 강박적으로 참사 관련 뉴스나 현장 사진, 영상 등을 찾아보는 것을 즉각 멈춰야 한다. 이와 함께 불면증 등 심신의 불편함이 발생하지만 이를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이 경우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제공하고 있는 기본적인 정신건강 정보를 통해서도 안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편함이 지속된다면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길 권고한다."

Q.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국가트라우마 관리가 시작됐다. 앞서 언급했지만 아직 우리사회는 트라우마 위험성을 간과하거나 개인의 문제 등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여전하고, 관련 분야의 지원도 미약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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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적으로 매년 약 15건의 재난과 그로인한 340명의 직접 피해자가 발생한다. 유가족과 부상자 가족을 포함하면 그 수는 약 1천400명이며, 이 수치는 계속 누적 발생하고 있다. 올해 들어 광고아파트 사고와 집중호우, 감염병 피해 등 10건의 재난 상황이 발생했다. 누구라도 재난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심리적 방제는 당연시돼야하고 그러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적어도 위의 수치만큼은 감당할 수 있을 여력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 트라우마와 자살은 섣불리 접근할 시 해만 끼치게 되기 때문에 실효성을 높이려면 전문 전담인력이 필요하다. 적어도 각 지역에 최소 2명의 전담 인력이 배치돼야 하고 이들에 대한 교육과 가이드라인 배포를 국가트라우마센터 차원에서 맡는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해야 한다. 그래야만 실효성과 심리적 안정성 모두를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