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10개월간 수행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연구사업 결과를 7일 공개했다.
지난 해 8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1단계 모의실험에서는 분산원장 기반 CBDC 모의 시스템의 기본 기능인 제조, 발행, 유통 등을 실험했다.
2단계 실험은 12월 23일부터 6월 22일까지 진행됐다. 이 실험에서는 확장 기능인 오프라인 거래, 디지털자산 거래, 정책지원 업무 등에 대한 구현 가능성을 점검했다.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한 영지식 증명기술(ZKP)과 분산원장 확장기술 등의 신기술 적용 가능성도 점검했다.
한국은행은 CBDC 활용성을 점검하기 위해 금융기관, 국제기구 등과 협력해 실제적인 환경에서의 실험으로 심화해나갈 계획이다. 현재는 앞서 구축된 CBDC 모의 시스템의 기능과 성능을 보다 면밀히 점검하기 위해 15개 금융기관과 협력해 추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현재까지 CBDC 도입 여부를 결정한 바 없으며, 동 연구 사업은 분산원장이라는 특정 기술을 적용한 CBDC의 기능 구현 가능성을 실험한 것으로 최종 모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익명성 보장·불법 복제 방지 '오프라인 거래' 구현
사업 수행 결과 한국은행은 실험한 전체 기능이 정상적으로 동작하고, 통신망 연결이 없는 상황에서도 근거리무선통신(NFC) 등 거래 기기에 탑재된 자체 통신 기능을 통해 오프라인으로 CBDC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오프라인 거래는 시스템에 데이터가 기록되지 않도록 해 익명성을 보장하되, 자금세탁 등 불법적인 사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이용자별로 보유 한도를 설정했다.
거래 기기의 안전한 저장공간(SE)에 오프라인 CBDC를 저장해 불법적인 복제를 방지하고, 비정상 거래 시 해당 전자지갑의 거래를 중지하는 방식으로 이중 지불 가능성도 차단했다.
■결제 집중 시 거래 최대 1분 지연…일상 상황은 3초 내 처리
실험 결과 한국은행은 점심 시간이나 납부 마감일 등 결제 집중 시간 동안 CBDC로 여타 전자지급 서비스 수준만큼 실시간 대량 거래를 처리하기 위해선 응답 대기 시간을 줄여야 하는 점을 확인했다.
모의 시스템은 최대 초당 2천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측정됐으나, 최대 성능치에 도달할수록 응답 대기 시간이 최대 1분까지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성능치는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소액결제 시스템 대부분의 일 평균 초당 이용 건수인 1천건 미만을 모두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초당 발생 거래가 1천400건 이하인 경우 대부분 3초 내 처리가 가능했다.
■분산원장·ZKP, 성능 개선 필요
분산원장 확장기술, ZKP 등 신기술을 현 시점에서 실제 시스템에 적용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한국은행은 분산원장 기술이 기존 데이터베이스 시스템보다 성능이 낮다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롤업 등 레이어2 기술의 성능을 점검했다. 점검 결과 하위 네트워크별로 초당 700여건 수준의 처리가 가능했지만, 네트워크 간의 거래 증가에 따라 성능이 저하되는 것을 확인했다.
ZKP는 거래 상대방에게 신원 정보를 노출하지 않고 자신이 해당 자산의 소유주임을 증명할 수 있는 기술로서 활용 가능성을 점검했다. 그 결과 개별 거래 당 최대 14초까지 처리 시간이 추가 소요됐다. 사용된 암호 기술 'MiMC7'은 아직 국가사이버안보센터의 검증필 암호모듈 인증을 획득하지 않은 상태다.
■스마트계약 기반 국경 간 결제 실험…"정책 지원 기능으로 활용 가능"
한국은행은 해시타임록계약(HTLC) 등의 스마트계약을 활용해 다양한 지급 서비스도 구현했다.
서로 다른 분산원장 플랫폼으로 구축된 CBDC 시스템과 대체불가토큰(NFT) 시스템에서 CBDC와 NFT 간 동시 결제를 실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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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서는 한국과 미국이 각각 상이한 분산원장을 기반으로 CBDC를 발행했다는 가정하에 중개기관 간 환전 과정 등을 거쳐 국가 간 송금 거래 처리도 실험했다.
스마트계약을 이상거래 탐지, 법원 판결 집행 등과 같은 CBDC 관련 정책 지원 기능에도 활용 가능하다는 것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