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망 이용대가, 기금 조성보다 납부 논의 선행돼야

미국·유럽과 상황 달라…기금 논의 시기상조

기자수첩입력 :2022/11/07 17:38    수정: 2022/11/07 19:26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두고 법적 공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콘텐츠사업자(CP) 사이에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망 이용대가 갈등은 ISP와 CP간 트래픽 교환의 비대칭이 문제라며, 품질 유지를 위해서는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터넷 생태계를 구성하는 사업 대상자의 역할과 책임 범위를 조사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금 조성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통신 인프라 투자를 위한 기금 조성은 망 이용계약을 회피하는 것과는 별개의 이슈다. 그만큼 국회는 기금에 대한 논의에 앞서 정당한 망 이용대가 납부에 대한 논의가 선행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구글, 넷플릭스와 국내 ISP와의 갈등이 사회적 이슈가 된 발단은 엄연히 ISP가 유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용역인 망을 이용하고도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해외에서도 기금과 관련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난해 디지털 격차를 좁히기 위해 보편 서비스 기금을 조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정기여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경우 글로벌 CP들이 이미 ISP 등에 어떤 형태로든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기 때문에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 기금 조성 등 망 고도화에 대한 역할 분담을 논의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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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현재 망 이용대가와 기금 조성에 대한 내용이 혼재돼 논의되고 있는 양상이라, 떨어뜨려 놓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망 무임승차 방지법'은 특정 글로벌 CP가 국내에서 망 이용대가 지불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통신 인프라 투자를 위한 법안이 아니다. 이제는 법안이 발의된 취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