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일부 시민들이 구조 현장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추는 영상이 공개돼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핼러윈 행사가 진행되고 있던 만큼 구급차를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생각했다는 해명도 나오는데, 사안의 심각성이 바로 주변 이들에게도 전달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재난문자 활용이 가능한 행정당국의 대처를 두고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1일 국민안전재난포털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지난 29~30일 오전 사이 서울시는 7차례, 용산구는 2차례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당시 사고 현장에서는 인근 클럽 등에서 나오는 노래 소리와 여전히 몰려드는 인파로 구조 작업에 어려움이 빚어졌다. 교통이 원활하지 않아 구조 인력이 진입하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
사상자들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주변 협조가 절실했지만, 상황 전파가 발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한 쪽에서는 춤추고 즐기는 모습까지 나타난 것이다.
재난문자는 기지국 정보를 기반으로 발송되는 만큼 특정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재난 정보를 알리기에 효과적이다. 실제 사건 당일 서울시와 용산구는 9건의 관련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하지만 발송된 재난문자는 접근을 자제하고 귀가를 독려하거나 차량의 우회를 당부하는 내용에 그쳤다. 이마저도 사고 발생 초기에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사고가 발생한 지난 29일 오후 11시56분께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앞 긴급사고로 현재 교통통제 중. 차량 우회 바랍니다'라는 재난문자를 처음으로 보냈다.
참사 관련 신고가 당일 밤 10시15분에 접수된 점을 감안하면, 사고 발생 최소 1시간41분이 지나서야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용산구도 30일 오전 12시11분께 '이태원역 헤밀톤호텔 일대 사고 발생으로 인하여 통제 중. 시민께서는 이태원 방문 자제 및 차량 우회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처음 보냈다.
이호성 서울시 안전총괄과 재난상황팀장은 "재난문자는 재난을 관리하는 주무부처의 요청이 있을 때 발송하는데, 이번 사고의 경우 현장에 나가 있던 재난협력팀이 구급차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것을 파악하고 차량 우회를 당부하는 재난문자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산구도 서울시의 재난문자 발송 이후 추가 재난문자 발송 요청이 들어와 뒤늦게 재난문자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발송된 문자도 차량 우회 및 접근 자제, 귀가 독려를 위한 재난문자였다.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기에는 부족했던 셈이다.
서울시와 용산구는 '인명피해', '사망' 등의 표현이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어 완곡하게 표현했다는 입장이다.
이 팀장은 "해당 사고와 관련 없는 사람들도 보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완곡한 표현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망 사고 등) 현장 상황을 몰랐다. CPR(심폐소생술) 중인 것으로 알고 있었고, 정확한 사망 판정에 대해서는 저희가 알 수 없다"며 "(인명피해가 확인된 후에도) 꼭 사망이라고 표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유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 주무관은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어서 일단 '사고 발생'으로 보냈다"며 "문구를 어떻게 보낼지 내부적으로 상의한 결과 그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참사 사망자는 총 154명이다. 이 중 10대가 11명, 20대가 103명 있었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도 1명 집계됐다.
이번 사고는 지난 29일 오후 10시15분께 좁고 경사가 있는 골목 길에서 다수가 넘어지면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로 추정된다.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폭 4m 정도의 좁은 골목에 인파가 과도하게 몰리면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됐고, 일부 사람들이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고 원인에 대해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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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일 이태원에는 야외 마스크 해제 후 맞는 첫 핼러윈을 앞두고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