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딸 같아서"…슬픔 잠긴 한국, 추모 물결

이른 아침부터 시민 발길 이어져…"꿈도 펼쳐보지 못하고"

생활입력 :2022/11/01 08:08

온라인이슈팀

서울 도심 곳곳에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가운데 늦은 오후까지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31일 오후 4시10분쯤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일찍이 퇴근하는 시민들이 몰려들면서 50여명의 시민들로 붐볐다. 조문을 기다리는 추모객들은 슬픈 표정을 하며 몇몇은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기도 했다.

31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추모를 위한 합동 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적은 방명록 문구. 그는 '그 자리에 있었지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미안하다'고 적었다. 2022.10.31/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또래의 죽음이 믿을 수 없다는 고정미씨(여·30)는 "이제 막 졸업해서 꿈을 펼쳐보려고 했을 건데 안타깝다"며 "어떠한 말도 못 할 거 같아요 저는 그냥..."라고 말끝을 흐리며 그저 기도하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특히 미국인 희생자의 유가족은 아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한국 꽃집에 직접 주문을 해 영정 사진과 조화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자 유족 단체 20여명도 이날 분향소를 방문했다.

분향이 시작된 오전 10시부터 녹사평역 광장에는 5분에 1명꼴로 끊임없이 시민들이 분향소를 찾았다.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서울광장 분향소의 상황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울광장에서도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이 분향소 안으로 들어와 눈물을 훔치거나 슬픈 표정을 하며 국화 송이를 놓았다. 한 시민은 지리에 주저앉아 오열하기도 했다.

20대 아들 둘을 둔 김자방씨(남·56)는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씨는 "저도 또래 자식이 있는 부모인데 참담하다"며 "정말 꽃다운 나이에…"라고 말끝을 흐렸다.

대학원생 홍모씨(30·여)는 "젊은 사람이 많이 희생됐고 유가족들이 안타까워 주말동안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추모객이 오열하며 절을 하고 있다. 2022.10.3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희생자 또래 조문객들도 고인의 넋을 기렸다. 직장인 서모씨(28)는 "저도 20대여서 마음이 더 무겁다"며 "행복하려고 친구나 애인과 같이 놀러 간 건데 그 행복한 분위기에서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고 비통해했다.

전라도에서 첫 기차를 타고 조문 온 70대 송모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어린 친구들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어 마음이 아팠다"며 "아이들이 너무 짠하고 안 되어서 조문하러 올라왔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한덕수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날 분향소를 방문해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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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합동분향소는 10월31일부터 정부가 결정한 국가애도기간인 11월5일까지 6일간 운영되며, 운영시간은 매일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다. 운영시간 외에도 자율적인 조문객들은 조문은 가능하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