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마시멜로 테스트'를 통과하는데, 나는 왜 오늘 밤에도 유튜브 영상을 끊지 못하는 것일까?
까마귓과의 새 어치가 다음에 더 좋은 먹이를 얻기 위해 눈앞의 다른 먹이를 먹지 않고 기다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현재와 미래의 유익을 비교해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어치도 마시맬로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렇게 자제할 줄 아는 개체는 다른 개체에 비해 지능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학술지 '영국 왕립학회보 B(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에 30일(현지시간) 실렸다.
마시멜로 테스트란 1970년대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행해진 유명한 실험이다. 4-6세 사이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하나 주며, 바로 먹지 않고 정해진 시간을 기다리면 마시멜로를 하나 더 주겠다고 한 후 아이의 반응을 살폈다. 기다렸다 마시멜로를 더 받은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훗날 대학입학 시험(SAT) 등에서 더 좋은 결과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영국 캠브리지대학 연구진은 갈색거저리 애벌레인 밀웜과 치즈와 빵조각으로 새를 위한 마시멜로 테스트를 설계했다. 밀웜은 어치의 최애 먹이다. 치즈와 빵은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먹이인데, 둘 중 무엇을 더 좋아하는지는 개체마다 다르다. 밀웜과 치즈와 빵조각이 어치 앞에 놓여졌다. 치즈와 빵은 바로 먹을 수 있지만, 밀웜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막아 놓은 투명 아크릴 판을 치워야 먹을 수 있다.
밀웜을 먹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5초에서 5분 30초까지 다양하게 설정해 실험했다. 어치들은 모두 어느 정도는 밀웜을 먹으려 기다렸으나, 버티는 시간은 제각각이었다. 가장 오래 버틴 새는 5분 30초까지 밀웜을 먹을 수 있게 되기를 기다렸다. 반면 20초만에 치즈와 빵을 먹은 새도 있었다.
밀웜을 가장 오래 기다린 새는 실험 도중 마치 유혹을 물리치기 위해서라는 듯 고개를 돌려 치즈와 빵조각을 외면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는 어린이나 침팬지 연구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이어 연구진은 이들 어치에게 몇 가지 인지능력 시험을 실시했다. 이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개체들은 어치 버전의 마시멜로 테스트에서도 밀웜을 먹기 위해 더 오래 기다리는 경향이 있었다. 알렉스 슈넬 캠브리지대 교수는 "하나의 과제를 잘 하는 어치는 다른 과제도 모두 잘 해냈다"라며 "지능이 이들의 과제 수행 결과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조류에서도 자제력과 지능이 연관돼 있음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치의 자제력은 상황에 따라 달라졌다. 밀웜이 보이긴 하지만 절대 주지는 않는 경우, 어치는 언제나 치즈와 빵을 바로 먹었다. 또 치즈와 빵 중 두번째로 좋아하는 음식이 선택지로 나올 경우, 세번째로 좋아하는 음식이 나온 경우에 비해 밀웜을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졌다. 보상이 확실한 경우에만 만족을 미룬다는 것이다.
어치의 이런 특성은 먹이를 저장해 두는 생활 방식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어치는 먹이를 자신만의 장소에 몰래 숨겨 저축해 둔다. 즉, 미래를 위해 현재의 만족을 미뤄두어야 하는 것이다.
미래의 더 큰 보상을 위해 현재의 만족을 미루는 이같은 자제력은 효율적 의사 결정과 목표 지향적 행동, 미래 계획을 위한 핵심 역량이다. 복잡한 의사결정 능력을 진화시키기 위한 주요한 기반으로 평가된다. 사람이나 침팬지 등 영장류에선 자제와 지능 사이의 연관 관계가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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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앞선 연구에서 갑오징어 역시 더 좋아하는 홍다리얼룩새우를 먹기 위해 덜 좋아하는 왕새우를 안 먹고 최대 2분 이상 기다릴 수 있음을 밝혔다. 또 학습 능력이 좋은 갑오징어가 유혹에 견디는 시간도 더 길다는 점도 밝혔다. 이 연구는 지난해 영국 왕립학회보 B에 실렸다.
까마귀와 앵무새, 개 등 다른 동물도 자제력을 보이는 경우가가 종종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조류학연구소 연구진은 지난해 앵무새도 종과 개체에 따라 좋아하는 먹이를 얻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각기 다르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반면 쥐나 닭, 비둘기 등은 유혹을 거의 견디지 못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