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칼럼] 유틸리티 산업과 카카오톡

전문가 칼럼입력 :2022/10/25 13:47

이정규 비즈니스 IT컬럼니스트
이정규 비즈니스 IT컬럼니스트

시오노 나나미의 역작 '로마인이야기' 제10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로마의 도로, 수로(aqueduct)와 같은 구조물을 다룬다. 로마는 BC 312년 이후 수백 년 동안 11개의 수로를 건설하여 물을 공급했다. 최장 91km 떨어진 수원지로부터 중력의 힘으로 로마 외곽에 도달한 물은 배수시설을 통하여, 황제가 후원하는 공중 목욕탕 및 개인 저택에 유료로 제공됐고, 시내 곳곳에 설치된 분수대와 공동 취수장에 언제나 풍부한 물이 무료로 공급됐다고 한다.

이런 수로와 같은 편의시설(amenities facility)을 서양에서는 유틸리티(utility)라 부른다. 유틸리티의 어원 utilitas 는 ‘공익적으로 유익하게 쓰이는 것’을 말한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강조하는 공리주의(utilitarianism) 철학의 어원이기도 한다. 도로와 수도에서 시작한 유틸리티 산업은 신기술의 발전으로 가스, 전기, 철도, 통신 등으로 그 범위가 더욱 확장되었다.

카카오톡(카카오 웹사이트 캡처)

유틸리티는 하나의 편의서비스(전기, 가스, 수도, 열수, 하수)를 반영구적인 전송설비(전선, 파이프 등)를 통해 일상적으로 제공하는 특성을 가진다. 때때로 유틸리티와 에너지는 같은 산업군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러나 에너지 산업은 생산된 전기, 가스를 유틸리티 사업 파트너를 통해서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유틸리티 사업은 생명체의 대사작용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생명이 살기 위해서는 물(수도)과 에너지원(전기, 가스)의 공급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고, 노폐물(하수)의 배출이 원활해야 한다. 한편 인간집단의 경우는 통신과 이동 인프라(도로망, 철도망)가 더해져 유틸리티 산업이 된다.

유틸리티는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처럼 생활집단의 생존을 결정하므로, 수익성 보다는 공익성을 지향한다. 그러한 이유로 유틸리티 설비는 대개 공익기업체에 의하여 독점되고 있으며, 보편적 혜택이 보장되도록 정부가 강력한 규제와 통제를 한다. 이러한 정부의 통제시스템은 공익성의 보증을 전제한다. 특정 산업이 유틸리티 산업군에 속하는지 하는 분류는 “해당 산업의 인프라가 한 순간에 파괴되어도, 생활집단의 일상생활이 가능한가?”라는 질문과 통한다.

로마의 수도 시스템은 한 편의 수도관이 깨져도 다른 라인에서 물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도시 외곽의 수로와 배수시설이 파괴되면 물공급은 불가능했다. 그런 이유로 로마는 지역적으로 분산된 수원지를 수로로 연결했다. 다수의 수로는 늘어나는 인구의 물소비량에 대비했던 측면도 있지만, 적군에 의한 수로의 점령 혹은 식수 오염에 대비하려는 위험관리의 측면도 있다. 물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로마는 기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카카오톡의 시스템 장애가 핫 이슈가 되고 있다. 매스컴이나 국회에서도 보다 강력한 통제입법화가 이야기되고 있다. 극단적으로 예측해 본다면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국유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전개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러한 소셜미디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의 예외적 통제 논리가 정당성을 가지려면, 카톡이 유틸리티 산업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즉, 카톡이 없이는 일상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는 일반의 공감대가 전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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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카카오톡이 유틸리티 산업군에 속하느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번 장애의 근본적인 원인은 카카오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화재 때문이다. 카카오톡의 서비스 장애는 보다 섬세한 백업 및 복구체제를 마련하지 못한 데에 있지만, 엄밀하게 카카오톡을 유틸리티 서비스로 정의하기에는 다소 섣부르다.

카카오가 강건한 운영환경 구현을 위해 “상업적으로 합리적 노력(commercially reasonable efforts)”를 도모했는가 차근히 살펴야 한다. 만약 노력이 미흡하다면 보편적 강제를 해야 하지만, 영리기업의 경영활동에 유틸리티에 준하는 강력한 통제제도를 적용하는 시도는 아직은 적정해 보이지 않는다. 아직 우리사회는 카카오톡 없이 생존할 수 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정규 비즈니스 IT컬럼니스트

(현)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 경영정보학 박사, 정보관리기술사, 미국회계사. IBM, A보안솔루션회사 및 보안관제회사, 기술창업 스타트업, H그룹 계열사, 비영리 D재단, 감리법인 등에서 제조산업전문가, 영업대표, 사업부장, 영업본부장 및 컨설팅사업부장, 대표이사, 기술연구소장, 사무국장, 수석감리원을 역임했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벤처창업의 이론과 실제'를 가르쳤고, 국민대 겸임교수로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IT컨설팅'을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동시병행설계', '딥스마트', '비즈니스 프로세스', '프로세스 거버넌스', '실전IT컨설팅' 등이 있다. 프로보노 홈피 deepsmar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