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드문 검은 늑대, 이들의 짝짓기 경쟁력은 무엇?

미-영 연구진, 전염병과 털 색 유전자 사이 관계 규명

과학입력 :2022/10/24 11:01    수정: 2022/10/24 15:23

세계 어디서건 검은 늑대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하지만 북미 지역에선 검은 늑대를 흔하게 볼 수 있는 지역이 간혹 있다. 특히 록키산맥이나 멕시코 등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더 많이 볼 수 있다.

보기 드문 검은 늑대가 유독 북미 일부 지역에선 많이 눈에 띄는 이유는 그간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과 영국 과학자들이 그 이유를 밝혔다.

미국 옐로우스톤국립공원에서 회색 늑대와 검은 늑대가 뛰어놀고 있다. (사진=Daniel Stahler/NPS)

늑대와 감염병의 오랜 유전적 싸움이 늑대의 짝짓기에 영향을 미친 결과였다. 검은 털이 유행병에 강하다는 표식이 되어 유행병이 도는 시기 짝짓기에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옥스포드대학과 미국 옐로우스톤국립공원, 펜실배니아주립대학 등이 참여한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사이언스'에 최근 실렸다.

늑대의 털 색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CPD103'이다. 이 유전자의 변이에 따라 늑대는 검은색이나 회색을 띄게 된다. 이 유전자가 포함된 DNA 영역은 포유류의 페에서 개홍역 바이러스(CDV) 등 병원균 감염을 막는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연구진은 CPD103 유전자가 호흡기 질환과 싸우는 역할도 할 것으로 추측했다.

미국 옐로우스톤국립공원의 늑대 무리. 회색과 검은색 늑대가 섞여 있다. (사진=Daniel Stahler/NPS)

이어 북미 지역 12곳의 늑대 서식지를 조사해 CDV 항체가 있으면 검은 색을 띄게 될 확률이 높아지는지 분석했다. 늑대에게 CDV 항체가 있다면, 이는 과거 개홍역에 걸렸다 나았음을 뜻한다.

연구진은 CDV 항체를 가진 늑대는 일반적인 회색이 아니라 검은색을 띌 확률이 더 높음을 발견했다. 과거 개홍역이 돌았던 곳에는 검은 늑대가 더 흔하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미국 옐로우스톤국립공원에 사는 늑대들에 대한 20년치 분량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검은 늑대는 회색 늑대에 비해 개홍역 유행 때 살아남을 확률이 더 높았다.

수컷 회색 늑대가 암컷 검은 늑대와 짝짓기를 하고 있다. (사진=Daniel Stahler/NPS)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개홍역이 도는 지역에선 일반적인 회색 늑대들이 검은 새끼를 낳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 다른 색 늑대를 짝짓기 상대로 고를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늑대의 짝짓기에 대한 수학적 모델을 만들어 시뮬레이션한 결과는 가설과 부합했다. 개홍역이 유행한 지역에선 검은 늑대와 회색 늑대의 짝짓기가 많이 일어났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선 검은 늑대의 이같은 경쟁력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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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결과를 볼 때, 서식지에 개홍역이 돌았는지가 검은 늑대의 비율에 영향을 끼친다는 가설을 확인해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검은 색을 띄게 하는 유전자가 호흡기 질환에 대한 보호 기능도 하기 때문이다.

피터 허드슨 펜실배니아주립대 교수는 "이 연구는 질병이 늑대의 외형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침을 보여준다"라며 "질병은 진화의 주요 동력으로 동물 집단의 많은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