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왜 나만 무나 했더니...이유 있었네

미국 연구진 "카복실산 분비 많은 사람 더 노려"

과학입력 :2022/10/19 14:59    수정: 2022/10/19 14:59

여러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유독 모기에 많이 물리는 사람이 있다. 모기는 사람의 냄새나 호흡에 섞여 나오는 이산화탄소 등을 감지해 피를 빨 사람을 찾는다. 하지만 모기가 어떤 냄새를 가진 사람을 더 좋아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록펠러대 연구진이 사람 몸에서 모기를 끌어들이는 요소를 발견했다. 모기는 몸에서 카복실산을 많이 내는 사람을 더 많이 찾아와 물었다. 이 사람들에겐 안 좋은 소식이 또 있다. 식단이나 다른 생활 습관을 바꿔도 카복실산 배출 정도는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

이 연구 결과는 18일(현지시간) 학술지 '셀(Cell)'에 실렸다.

모기는 피부에 카복실산이라는 특정 화학성분이 많은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록펠러대학)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 64명의 팔에 나일론 스타킹을 씌워 6시간을 지내게 했다. 이어 각기 다른 참가자가 썼던 스타킹 조각 2개를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가 있는 상자에 넣어 모기가 어느 쪽으로 가는지 관찰했다. 이 실험은 6개월에 걸쳐 다양한 샘플들을 비교하며 이뤄졌다. 모기를 위한 '이상형 월드컵'이 펼쳐진 셈이다.

실험 결과, 모기가 더 선호하는 샘플이 분명히 있음이 드러났다. 모기들이 가장 좋아한 샘플은 가장 멀리한 샘플에 비해 100배 이상 많은 모기를 끌어들였다.

연구진은 샘플에 묻은 성분을 분석, 피부에서 카복실산을 많이 만드는 사람이 모기를 더 많이 끌어들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정 화학성분 감지 수용체를 제거당한 모기는 사람 냄새를 감지하는 능력에 큰 손상을 입었지만, 카복실산을 많이 내는 사람과 적게 내는 사람을 구분하는 능력은 유지했다.

카복실산은 카복시기를 갖는 유기화합물이다. 지방이나 유지의 주요 구성 성분으로 동식물계에 널리 분포한다. 사람 피지에서도 나와 피부 습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마다 분비량에 차이가 있으나, 사람은 대체로 다른 동물에 비해 카복실산을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사람이 내는 카복실산의 양은 시간이 지나거나 생활 습관이 바뀌어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았다. 실험이 진행된 수 개월 동안 참가자가 식단이나 비누를 바꿔도 모기의 선호는 변하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레슬리 보섈 록펠러대학 교수는 과학 매체 사이언티픽아메리카에 "각 사람의 모기를 끌어들이는 성질은 평생 간다"라며 "이는 당신이 어느 쪽이냐에 따라 좋은 소식도, 나쁜 소식도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집트숲모기가 카복실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이집트숲모기는 사람 피만 먹기 때문에, 다른 동물에 비해 사람이 많이 분비하는 카복실산에 민감하게 진화한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실험 참가자가 적기 때문에 카복실산을 많이 내는 사람의 특성을 찾기는 어려웠다. 모기가 사람 피푸의 카복실산을 먹는 박테리아를 탐지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예측했다.

그러나  아직 실망하긴 이르다. 모기가 카복실산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향후 이를 모기 퇴치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피부에 서식하는 박테리아가 모기를 쫓는 성분을 내뿜게 하거나 모기가 좋아하는 성분을 덜 만들게 하는 연구도 가능하다.

카복실산 분비량은 어찌할 수 없지만, 모기의 공격을 피할 다른 방법은 몇 가지 있다. 빨간 옷을 입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진은 모기가 이산화탄소 냄새를 맡고 사냥감을 물러갈 때 녹색이나 파란색보단 빨간색이나 주황색을 띈 쪽으로 더 많이 향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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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카나 뎅기열 바이러스는 감염시킨 환자에게서 모기가 더 좋아하는 냄새가 나도록 숙주 피부의 마이크로바이옴에 영향을 준다는 미국과 중국 연구진의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모기는 여타 동물과 달리 하나의 후각 신경이 여러 종류의 냄새를 감지하는 특이한 후각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최근 밝혀졌다. 사냥감이 될 사람을 어떻게든 찾아낸다는 이야기다. 모기와의 전쟁이 쉽게 끝나진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