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영리법인도 여론조작 도구로 쓴 구글

기자수첩입력 :2022/10/24 11:57    수정: 2022/10/24 16:36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ICT 산업 생태계에서 특정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비영리단체가 있다.

구글 유튜브 아시아태평양 법인은 회사 블로그에 한국 국회가 망 무임승차 방지법 논의를 철회해야 한다는 글을 쓰고 관련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단체가 있다고 소개했다. 

모두 2013년 설립된 오픈넷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21일 방송통신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서 놀랄만한 이야기가 나왔다. 오픈넷이 설립될 당시 구글코리아가 현금 3억원을 출연했다는 것이다. 다른 기관이나 기업의 지원 없이 구글코리아 뿐이었다.

이 단체는 표현의 자유, 망 중립성, 프라이버시 등을 주장해 온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그동안 구글과 긴밀한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왔었는데 그 사실 일부가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것이다.

국회가 어떤 법을 새롭게 만들거나 정부가 정책 방향을 결정할 때는 이해관계자를 비롯해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그동안 오픈넷은 중립적인 단체로 참여해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되짚어보면 오픈넷의 의견과 구글코리아의 주장을 달리 볼 이유가 없었다. 사실상 구글의 영향력 아래에서 여론전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미디어학회 세 곳이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덴마크 올보르대의 로슬린 레이튼 박사가 지적한 일이 한국에서도 똑같이 일어난 셈이다.

당시 레이튼 교수는 “유튜버들이 이용하고 있는 초국가적 행동주의는 구글이 개발한 기술이자 전략이고 전 세계의 각기 다른 정치 규제와 입법 절차에 이용되고 있다”며 "유튜버에 서명 운동을 독촉하고 구글의 입장을 대변하는 콘텐츠를 양산하게 하는 일들이 앞서 미국과 유럽, 인도에서 있었다"고 소개했다.

특히 레이튼 교수는 이 과정에서 일정 역할을 한 오픈소사이어티재단을 언급했는데 오픈넷의 2020년 기부 목록에도 이 단체가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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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수년 전부터 다른 나라에서 해 온 여론전을 국내에서도 실행했던 것이다.

통신자료제공과 같이 프라이버시에 민감했던 오픈넷이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구글에 내린 과징금 제재에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질 않았는데 돌이켜보니 이해가 된다. 구글의 행태가 놀랍고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