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반도체 회사들이 잇따라 공급량을 줄이며 감산 체제를 준비 중에 있다. 재고가 쌓인 가운데 수요가 살아날 기미가 안 보여서다. 반면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보다는 위기를 기회를 바꾸겠다는 공격적 기조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4.6% 줄어든 116억7천만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8월 6.8% 감소한 데 이어 두 달째 내리막을 탔다. 특히 지난달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이 66억1천만 달러로 16.8% 급감했다. 8월에는 24.7% 쪼그라진 57억5천만 달러로 감소폭이 더 컸다.
산업부는 고정 거래 가격이 떨어지고 전방산업 수요가 축소돼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3분기 세계에서 컴퓨터(PC) 6천800만대가 출하됐다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5% 줄었다고 최근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경제가 활발해져 급증했던 수요가 점차 줄어든 데다 기준금리가 올라 경기가 주춤할 것이라는 우려에 정보기술(IT) 산업이 위축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세트 수요 감소에 더해 쌓여있는 재고로 칩 수요는 더욱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결국 반전의 계기는 재고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요가 늘거나 생산을 줄여야 재고가 감축될 수 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을 보면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는 올해 자본지출(설비투자) 목표액을 종전 400억 달러에서 360억 달러로 낮췄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TSMC라고 해서 면역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지난 3년과 달리 4분기에는 TSMC가 가진 생산능력을 모두 쓰지 않을 수 있다”고 인위적인 감산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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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 3위 미국 마이크론은 내년 설비 투자를 3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키옥시아도 이달부터 반도체 칩 생산을 위한 실리콘 원판(웨이퍼) 투입량을 30% 줄이기로 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선을 그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5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에서 “현재 감산을 논의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달 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불황을 지났을 때 삼성전자가 지금보다 나은 방향으로 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