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이용대가' 논쟁에 대한 팩트체크

[이슈진단+] GCP-ISP, '망 무임승차 방지법' 두고 첨예한 대립

방송/통신입력 :2022/10/12 14:01    수정: 2022/10/12 16:37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두고 법적 공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망 무임승차 방지법' 입법 논의가 활발합니다.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추진되는 망 이용대가 관련 법이기에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사업자(GCP)와 국내 통신업계의 입장은 첨예하게 맞섭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GCP와 통신사업자들이 각자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놓고 있어 이용자들의 오해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어느 쪽의 얘기가 맞는지 팩트를 체크해봤습니다.[편집자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지난달 20일 '망 이용계약' 법안 심사를 위한 첫 공청회가 진행됐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망 이용계약 관련 법안은 총 7건이다. 글로벌 콘텐츠사업자(GCP)가 국내에서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망 이용대가 지불을 거부하거나 회피할 경우 제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GCP와 ISP는 망 이용대가 이슈와 관련된 다양한 영역에서 서로 반대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미 GCP가 네트워크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보는 게 옳을까. ISP가 망 이용대가를 받는 건 이중부담일까. 만약 법안이 통과되면 모든 CP가 피해를 입을까. 또한 법안이 통과되면 모든 CP가 타격을 입게 될까.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을 살펴봤다. 

구글·넷플릭스는 이미 네트워크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망 이용계약과 관련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재판에서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인 '오픈커넥트(OCA)'를 가지고 있어 네트워크에 투자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해왔다. 

구글의 논리도 비슷하다. 구글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한국 시청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위치한 ISP의 네트워크로 콘텐츠를 가져오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이미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콘텐츠 전송을 위해 상당 부분 네트워크에 투자를 하고 있으니 통신사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못하겠다는 논리다.

통신업계는 OCA 등은 캐시서버에 불과할 뿐 네트워크라고 볼 수 없으며, 망 이용대가와도 별개라는 입장이다. GCP가 국내에 캐시서버를 설치하더라도, 국내에서 발생되는 데이터 전송과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상면료, 전기사용료 등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넷플릭스는 이미 재판에서 자신들의 지위가 ISP가 아니라고 인정한 바 있다.

지난 6월 진행된 항소심 3차 변론에서 넷플릭스 측은 "지위가 CP인지 ISP인지 분명하게 해달라"는 재판부의 요구에 "넷플릭스는 자체 CDN인 OCA를 가지고 있어 ISP가 하는 역할을 대신 하고 있다는 뜻이지 ISP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통신업계는 넷플릭스가 네트워크를 구축·유지·관리하는 ISP가 아닌 CP라고 인정한 만큼 망 이용대가 지불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CP에게 망 이용대가를 받는 것은 이중부담이다?

GCP는 망 이용대가 지급을 강제하는 것은 콘텐츠 기업에게 이중부담을 지우는 것이며, 이는 곧 CP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등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거텀 아난드 총괄부사장은 블로그를 통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이미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에 접속료를 지불하고 있다"며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안은 CP의 콘텐츠에 대해 추가로 요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ISP가 CP에게 이중부담을 지우도록 허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는 망 중립성과 망 이용대가를 혼용해 사용한 것으로 본질과는 다른 얘기다. 이미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소송에서 법원은 망 중립성과 망 이용대가는 무관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때문에 통신업계는 인터넷 시장은 양방향 구조로 이뤄져 있으며, 망을 이용했다면 대가를 지불하는 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인터넷 시장의 한쪽에서 개인 이용자들은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요금을 지불하는 것이고, 다른쪽에서 CP들은 자신의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팔기 위해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를 양면시장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통신사가 네트워크를 구축·유지하는데 소요되는 총 비용이 100이라면 기업에게는 60을, 개인에게는 40을 부담시키는 구조다.

오히려 구글이나 넷플릭스와 같이 전체 데이터 트래픽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기업이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나머지 기업이나 개인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개인이용자도 GCP도 모두 망을 사용하는 이용자일 뿐"이라며 "이중과금이 아니라 망을 이용하는 용량이나 크기에 맞게 요금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모든 CP가 피해를 입게 될까?

국회에서 논의 중인 7건의 법안은 적용 대상을 대부분 '대통령령이 정하는 대규모 CP'로 제한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질 법안도 현재 발의된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형 CP만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표=과기정통부)

현재 국내 총 트래픽 소통량에서 1%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CP로는 구글, 넷플릭스, 메타, 네이버, 카카오 등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총 트래픽 소통량에서 구글이 차지하는 비중은 27.1%로 가장 많다. ▲넷플릭스 7.2% ▲메타 3.5% ▲네이버 2.1% ▲카카오 1.2%가 그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메타와 네이버, 카카오는 이미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어 실질적인 법 적용 대상은 구글과 넷플릭스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해당 법안을 '망 무임승차 방지법'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망 이용대가를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사업자를 막기 위해 만든 법이기 때문이다. 

법안 통과되면 사용자 부담이 커지게 될까?

GCP들은 법안이 통과되면 콘텐츠 기업들의 부담이 증가하고, 이는 곧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거라고 주장한다. 또한 글로벌 기업들이 인터넷 접속료가 저렴한 해외로 이동하는 등 디지털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거텀 아난드 총괄부사장도 블로그 글을 통해 "망 이용대가는 콘텐츠 플랫폼과 국내 창작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만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다"며 "법 개정이 이루어지는 경우 유튜브는 한국에서의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업계 한 관계자는 "망 이용대가가 부담이 되는 만큼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줄일 수 있다"며 "콘텐츠 생태계가 확장되는 데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통신업계는 GCP들이 망 이용대가를 부담하면 오히려 소비자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래픽이 증가함에 따라 망을 유지·보수하는 데 필요한 금액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GCP가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것이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시장이 양면시장이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CP들은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는 가운데 GCP들은 정당한 비용을 내지 않고 있었다"며 "오히려 법 개정을 통해 GCP와 국내CP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다면 국내·외 사업자간 역차별이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망 이용대가 법안은 국내에서만 논의되는 법안일까?

망 이용대가 관련 논의는 현재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3개국은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 빅테크가 네트워크 투자에 기여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유럽통신사업자연합회(ETNO)도 성명을 통해 "유럽이 디지털 인프라 부족에 시달리지 않도록 트래픽을 유발하는 기업들도 공정하게 기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인프라를 이용하는 빅테크가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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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든 카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도 비슷한 시기 EU 관계자들과 마난 자리에서 "네트워크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를 토대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 빅테크가 공정한 기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CP의 트래픽 사용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인프라 유지를 위해서는 빅테크가 사용료를 제대로 지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