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양희은 노래 ‘한계령’의 한 대목이다. 가사와 멜로디가 어찌나 처연한 지. 노래를 들을 때 눈을 감지 않을 수 없다. 노래를 만든 하덕규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괴로워하다 위로 받기 위해 엄마의 품속 같은 고향 산을 찾았다. 그곳이 한계령이다. 그런데 그 산이 지친 어깨를 떠밀며 말한다. “내려가라”, 하고.
산이 엄마와 달리 야박한 건가. 그렇잖다. 산은 오르면 내려가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영원히 그곳에 머무를 수는 없다. 엄마와 언젠가는 반드시 헤어져야 하는 것처럼 명확한 이치다. 산은 그래서 처연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처연함에 진실이 있다. 오를 때 보지 못하고 내려올 때야 비로소 보이는 그 무엇이 있다.
산은 그 전에 “잊으라” “우지마라”, 하고 위로했다. 가사엔 없지만 아마도 엄마처럼 가슴을 쓸어주고 어깨를 토닥였을 것이다.
하덕규는 그렇게 위로받았고 이렇게 노래 헸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노래 ‘한계령’은 삶의 본질적인 처연함을 극한의 농도로 표현하고서도 새로운 꿈을 갖도록 위무하는 절창이지 않을 수 없다.
올해로 기자 생활 29년차다. 3~4년 뒤면 법정 정년이 되는 나이가 됐다. 사회생활이라는 험준한 산에서 서서히 내려가야 할 때다. 하덕규가 짓고 양희은이 부른 그 노래가 가슴을 더 저리게 해도 탓할 수 없을 때다. 꼭 나이 때문만은 아니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기자 일도 가끔 혹은 자주 괴로울 때가 있다.
천운처럼 좋은 회사를 만나 하산 길이 처연하지만은 않다. 하덕규가 바람처럼 살기로 했다면 회사가 말년 기자에게 준 마지막 미션으로 달콤한 꿈을 갖게 됐다. 말년 기자의 꿈은 아니지만, 풋풋한 다른 이의, 이제 막 솟아나는 꿈 이야기를 듣고 적어 그 꿈이 더 널리 퍼져나갈 수 있게 할 기회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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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릴레이 인터뷰’가 그것이다. 설렌다. 이제 막 시작되는 풋풋한 꿈 이야기를 듣고 그 꿈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얼마나 짜릿한가. 일주일에 한 번은 그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그 꿈에 푸욱 젖어보련다.
그 꿈 이야기들이 부디 모두에게 시원한 바람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