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에서 단점으로 돌변한 카카오의 기동성

[이균성의 溫技] 항공모함 운행법

데스크 칼럼입력 :2022/06/16 14:09    수정: 2022/06/16 14:28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이 돌고 있다. 회사에서는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적극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 매각 의도가 아예 없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 일이 결과적으로 어찌되든,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은 카카오 그룹 경영에서 일대변화가 모색되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 내막을 잘 모르긴 하되, 변화의 방향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획득하는 쪽일 것으로 짐작된다.

카카오는 한국을 대표하는 ‘성공한 스타트업’이다. 핵심 이미지는 가벼움이었다. 그 가벼움은  대부분 긍정적인 빛깔이었다. 젊고 톡톡 튀며 쾌활하고 기동성이 좋다. 한국 재계에서는 신선한 바람과도 같은 존재였다. 다윗이 골리앗을 저격한 것처럼 모바일 시대를 맞아 작은 스타트업이 SNS 분야에서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을 제압했을 때 주위에서 갈채를 보내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기술을 중심으로 하면서 가벼운 기동성을 핵심 무기로 들고 나온 카카오는 한국 기업의 전형(典刑)이라기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국내에 이식된 기업처럼 보였다. 그 힘은 위력적이었다. 단숨에 SNS 1위에 오르고, 포털 다음을 인수했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모빌리티 등 SNS를 토대로 사업 영역을 부챗살처럼 펼쳐나갔다. 순식간에 네이버를 제치고 시가총액 3위까지 올라섰다.

가벼움을 특징으로 한 기동성이 끌어올릴 수 있었던 정점은 거기까지였던 모양이다. 더 이상 가벼움은 긍정적인 빛깔로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부각되는 듯하다. 젊다는 장점은 미성숙한 것으로 퇴색되고, 톡톡 튀는 것은 진중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며, 기동성은 얄팍함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성장의 무기가 어느 날 갑자기 보니 발목을 묶는 족쇄가 되어 있는 거다.

이미지가 급변한 것은 아마도 잇따른 계열사 쪼개기 상장과 몇몇 경영진이 불러온 ‘먹튀 논란’이 시발점인 듯하다. 기업공개(IPO)는 성장 전략에서 필요한 고도의 경영적 판단이다. 쪼개기 상장 또한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다. ‘스피드 경영’을 위해서는 사업별 자율이 최대한 보장되는 게 필요하고, 그에 따라 쪼개기 상장이 기업과 투자자 그리고 소비자 모두에게 유리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먹튀 논란’은 그러나 이런 선의의 해석마저 무색하게 만들어버렸다. 경영진이 보유 주식을 팔  수는 있다. 다들 그렇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장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약속이나 한 듯 경영진이 집단으로 주식을 내던지는 일은 흔치 않다. 그들은 오직 그날을 위해서만 살아온 듯 했다. 각자의 권리를 행사한다니 뭐라 하겠는가. 맞다. 쿨하다. 하지만 쿨한 것이 ‘기업가 정신’인 것은 아니잖는가.

이 사건은 카카오의 장점을 일순간에 단점으로 바꿔버렸다. 장점으로 보였던 가벼움이 얄팍함으로 전락한 것이다. 투자자나 소비자한테 새로운 색의 안경이 끼어지자 예전에는 ‘기술 혁신’으로 보였던 것까지 다르게 느껴지게 됐다. 카카오택시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대립할 때 그 갈등을 기술 혁신의 관점에서 보려던 자들조차 누구를 위한 혁신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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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의 색깔이 바뀌면 당사자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대수롭잖게 넘어갔던 사소한 잘못조차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가 바뀌고 일성으로 “주가 15만원 가능”이라고 말한 것이나 변화된 근무 형태를 발표했다가 내부 구성원의 갈등을 일으킨 것 등의 작은 사례들조차 가벼움이 빚은 촌극처럼 보인다. 작은 여객선을 몰던 사람들이 항공모함을 끌고 있는 듯한 위태로움.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마음을 알 길은 없으나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의 숙명의 라이벌이자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GIO가 끝없는 성장통을 겪으며 했던 고민이 그 지점이었음을 어느 정도 알기 때문이다. 그걸 돌파하는 것은 진짜로 쉽지 않은 일이다. 본인의 변화와 혁신은 늘 거북이와 같은 행보지만 외부 시각의 변화는 토끼처럼 빠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