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추천 알고리즘' 법적 책임져야 할까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美연방대법원에 올라온 '통신품위법 230조'

데스크 칼럼입력 :2022/10/04 16:51    수정: 2022/10/04 19:3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은 통신품위법 230조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미국 연방대법원은 3일(현지시간) 2015년 이슬람국가(ISIS)의 파리 테러로 희생된 미국인 희생자 노헤미 곤잘레스의 아버지가 구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상고심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와 달리 미국 연방대법원은 상고허가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9명의 연방대법원 판사 중 4명이 ‘다룰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야 상고심이 열립니다.

(사진=씨넷)

곤잘레스 사망 관련 상고심이 관심을 끄는 건 ‘통신품위법 230조’와 직접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알고리즘으로 추천한 콘텐츠는 통신품위법 230조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란 질문에 대해 공방을 벌이게 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최소 4명의 연방대법원 판사들이 "다룰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 "유튜브, ISIS의 폭력적 메시지 전파 알고도 방치" 

미국 통신품위법 230조는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을 콘텐츠 발행자가 아니라 ‘단순 중개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규정 덕분에 플랫폼 사업자들은 제 3자가 올린 허위, 비방 콘텐츠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면제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 법은 야후, 구글을 비롯한 인터넷 기업들이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 밑거름이 됐습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른바 소셜 플랫폼을 통해 허위조작정보가 대량 유포되면서 통신품위법 230조가 도마 위에 올라 있습니다. 구글, 메타 같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도 ‘커먼 캐리어’나 발행자에 준하는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도 통신품위법 230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내세우는 이유는 조금 다릅니다. 공화당 쪽은 “(구글 같은 플랫폼들이) 보수의견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민주당 쪽에선 “허위정보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지금 상태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사진=미국 연방대법원)

미국 연방대법원이 곤잘레스 사건을 심의하기로 한 것이 관심을 끄는 건 이런 배경과 관련이 있습니다. 현행법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 살펴보겠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고심의 쟁점은 유튜브가 (결과적으로) ISIS의 자금 및 병력 모집에 도움을 줬느냐는 부분입니다. 알고리즘을 통해 ISIS의 선전 영상을 적극 표출해준 부분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이냐는 것이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입니다.

원고 측은 단호합니다. 유튜브가 ISIS의 테러 선동 영상을 유포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겁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테러 영상을 적극 표출해줬기 때문에 ISIS가 세력을 확대할 수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2015년 6개 지역에서 발생한 테러로 130명이 사망하고 350여 명이 부상을 입게 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노헤미 곤잘레스의 아버지인 레이놀드 곤잘레스 측은 “유튜브가 곤잘레스의 죽음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튜브가 폭력을 선동하는 ISIS의 급진적인 영상을 올리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허용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노헤미 곤잘레스는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파리 스트라트대학에 유학 중 레스토랑 ‘라 벨 레큅’에서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다가 ISIS 테러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 구글 "유튜브에 책임 물으면 현대 인터넷 작동방식 위협"

구글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아스테크니카에 따르면 구글은 법원 제출 문건을 통해 “유튜브의 기술의 어떤 부분이 쟁점이 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법원이 아니라 의회가 통신품위법 23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또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은 다른 많은 인터넷 기술들과 마찬가지로 이용자들이 입력한 내용을 기반으로 작동한다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법원이 ISIS 동영상 추천에 대해 유튜브에 책임을 물을 경우엔 현대 인터넷의 기본 작동 방식까지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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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대법원에서 벌어질 이번 소송은 최근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른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연방대법원이 유튜브 쪽의 책임을 인정할 경우엔 다른 인터넷 기업들도 직접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많습니다. 페이스북을 비롯해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추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표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