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보다 광교예요. 직원들이 출퇴근하기 좋은 곳을 찾아 이사만 몇 번 했는지 몰라요. 에이직랜드 재산은 직원이 전부니까요. 판교역에서는 산업단지가 멀더라고요. 요새 반도체 회사가 직원을 못 구해 어렵다지만 에이직랜드엔 매년 새 식구가 들어와요.”
지난 19일 에이직랜드를 찾아간 기자에게 이종민 대표가 “찾아오기 쉬웠느냐”고 물으며 반겼다. 에이직랜드는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역 바로 앞에 있다. 용인서울고속도로와 신분당선 코앞이다.
에이직랜드는 반도체 디자인하우스다. 디자인하우스는 반도체 설계 도면을 제조용 도면으로 다시 디자인하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회사와 설계(팹리스) 기업을 이어준다. 에이직랜드는 자체 기술로 7·12·16·28나노미터 과제 등을 하는 주문형 반도체(ASIC) 서비스 기업으로 2016년 설립됐다.
요즘에는 팹리스가 제품별 특징적인 개발에 집중하도록 돕고 나머지를 책임지며 파운드리 용역 의존도를 낮추는 추세다. 이 대표는 “다른 설계 업체와 달리 에이직랜드는 제품 개발부터 시제품 생산, 양산 공급까지 한다”고 말했다.
에이직랜드는 대만 TSMC의 가치사슬협력자(VCA)다. TSMC는 세계에서 가장 큰 파운드리 업체다. 이 대표는 “TSMC 가치사슬협력자는 세계에 8곳밖에 없다”며 “한국 기업 중에서는 에이직랜드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TSMC의 디자인하우스 자회사 글로벌유니칩(GUC)도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다. 이 대표는 “TSMC가 한국에 가치사슬협력자를 여러 군데 둔 것은 경쟁 붙이려는 의도”라며 “가격을 유리하게 협상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에이직랜드는 해외 매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 영국 반도체 팹리스 회사 Arm과도 손잡았다(ADP). 이 대표는 “에이직랜드는 경쟁 업체와 달리 직접 설계까지 할 수 있는 반도체 디자인 하우스”라며 “거의 모든 모바일 기기 반도체 칩에 들어가는 Arm으로부터 설계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자평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사피온 X220’의 시스템온칩(SoC) 디자인, 벡엔드 디자인, 서버 시스템 제작, 개발 등에 참여했다. 현재 AI 기반 실시간 영상 품질 향상 과제를 하고 있다. 사피온이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설계하고 에이직랜드가 중앙처리장치(CPU)와 주변 장치 연결(PCI), 더블 데이터 레이트(DDR) 등을 맡는 식이다. 이 대표는 “고객이 다음 제품을 개발할 때 또 에이직랜드를 찾는다”며 “사피온의 첫 AI 반도체에 이어 차세대 제품도 함께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사피온은 SK텔레콤에서 SK그룹 인공지능 환경을 개선하는 과제로 시작해 올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독립법인을 세웠다.
에이직랜드 직원은 150명이다. 2명으로 시작해 6년 만에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매출 45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800억원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는 “양품을 구별하고 신뢰성 검사하는 부서에는 15년 이상 경력을 쌓은 직원이 많다”며 “회사가 눈에 보일 만큼 성장하니 분위기도 좋은 것 같다”고 으쓱했다.
에이직랜드는 해마다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자회사를 합병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신입사원을 10명 뽑았다”며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기존 직원에게도 생기가 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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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직랜드는 지난해 말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한 ‘2021 벤처창업진흥 유공포상 시상식’에서 창업기업 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기술을 바탕으로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인력이 에이직랜드 재산의 전부”라며 “설계 자동화, 메타버스와 증강현실, 사물인터넷(IoT) 등 대부분 사업에서 쓸 수 있는 반도체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