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또 다른 신종 감염병 팬데믹은 언제 발생할까.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 다음 팬데믹이 과연 올지를 묻는다면? 예외 없이 ‘그렇다’는 대답이 나올 터다.
이정욱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미래 올지 모를 ‘감염병-X’의 신속 대응은 원스텝 분자진단 기술을 통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29일 오후 제주신화월드 랜딩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한국과학기자협회-한국생물공학회 공동 특별 미디어 세션에 연자로 참여했다. 이 교수는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MERS) 국내 유입을 계기로 신속 진단 기술을 연구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을 맞은 지난 연구 과정을 소개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이 교수는 감염병 유행 차단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해외유입 차단이 최우선 과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공항과 항구 등지에서 즉각적 대응이 이뤄져야 하고, 이게 가능한 기술이 개발되면 국내 유입 및 전파 차단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그렇지만 공항에서 RT-PCR 검사와 결과 확인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최소 8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감염병 차단의 구멍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착안해 이 교수는 입국 과정에서 15분~20분내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는 이 교수가 신속하되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기술 개발 매진에 원동력이 됐다.
RT-PCR 검사는 결과가 정확하지만 시간이 오래걸리고, 과정이 복잡하다. 또 값비싼 검사 기기와 이를 운용할 숙련된 전문가가 필요하다. 때문에 검사를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검사시설이 요구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현재 활용되고 있는 신속면역진단(RAT)은 빠르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정확도가 낮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각각의 장점만을 수용한 새로운 진단 기술은 어떨까. 이 교수는 “PCR과 RAT의 단점을 고려해, PCR 방식이되 면역검출 방식을 사용하는 게 이상적”이라며 “더 효과적인 감염병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끝에 개발한 이 교수의 진단법은 매우 간단하다. 코로나19 검체에 반응 튜브에 넣고 섞어서 30분을 기다리면 된다. 당장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 이 교수는 바이오 기업과 함께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으로 분자진단기기개발도 진행 중이다.
아울러 변이바이러스 검출을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의 변이 검출에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요구된다. 이 교수는 앞선 개발 사례처럼 더 신속하지만 비용이 적게 드는 변이바이러스 진단법을 연구하고 있다. 다만, 이 교수는 “차세대 변이바이러스 진단의 상용화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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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이상적 기술은 직관적이되, 진단 수행이 간편하고 별도의 장비도 필요 없는 방식이어야 한다”며 “반응 시간도 짧지만 높은 민감도를 가진 형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의 최종 목표는 가정에서의 진단이다. 그는 “가정에서 활용하되 정확도가 매우 높은 진단기기를 개발하면 다음 팬데믹 발생 시 대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