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을 활용한 생체접착제가 상용화를 코 앞에 두고 있다. 체내 혈관과 조직, 뼈 등을 비롯해 항암제 등 약물 전달까지 그 활용도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형준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29일 오후 제주신화월드 랜딩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자협회 특별 미디어 세션에서 지난 20년 동안 그가 해온 연구와 결과를 소개했다.
홍합의 접착력을 생체모방기술로 20여 년간 개발해 만들어 낸 ‘차세대 생체접착제’이 그것. 홍합 단백질 생체접착제는 손상된 신체 조직을 꿰매 붙일 때 기존 봉합사(실)를 통한 ‘외과 봉합(surgical suture)’을 대체할만한 ‘위력’을 갖고 있다.
봉합사로 봉합 시 피부 등 연조직은 문제가 없지만, 체내 봉합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봉합에 문제가 생겨 흉터가 생기면 자칫 체액이 유출되거나 심하면 패혈증을 유발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체접착제가 개발되고는 있지만, 이는 피부 및 연조직 접합용에 한정된다. 아직 제대로 된 체내 생체접착제는 전무하다는 사실은 차 교수가 20여년에 걸친 차세대 생체접착제 개발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차세대 생체접착제는 ▲유연한 접착 ▲물·체액에서의 저항성 ▲생체적합성 ▲생체분해성 등을 충족해야 했다.
과학계가 홍합에 관심을 갖고 여러 연구를 시행해온 세월만 40년. 차 교수는 홍합의 생화학적 연구가 정립된 만큼 실용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차 교수가 홍합 유전자를 미생물에 유입, 세포배양을 통해 홍합 접착 단백질을 대량 생산하는 데 성공한 이후 의료분야 활용을 위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됐다. 현재 홍합 단백질 수중접착제를 활용하면 기존 봉합사 대비 100%의 수중 접착이 가능한 수준까지 개발이 진행됐다.
뼈 재생 및 단백질 순간접착제 등을 비롯해 약물전달 치료 분야에도 개발이 한창이다. ‘접착 나노항암제’ 등을 절개 후 뿌려주는 방식으로 전신독성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멍게를 활용한 광열 치료용 접착 나노항암제와 심근경색 치료용 줄기세포 전달치료 활용 연구도 한창이다.
의료기기로 분류되는 홍합 단백질 생체접착제 상용화를 위해 차 교수는 지난 2015년 네치처글루텍을 설립하고 제조용 GMP 시설도 갖췄다. 국내 4개소의 대학병원에서 실시한 임상에서 기존 봉합사 대비 상처 부위가 회복되면서 흉터없는 결과가 나왔다. 뿐만 아니다.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단백질 수중접착제 제형 기반의 ‘카티픽스’도 식약처에 임상시험을 신청할 계획이다.
20여년 동안 원천소개 개발은 끝났지만 갈 길은 멀다. 생물학적 안전성 검증을 위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증도 받아야 한다. 현재 차 교수는 2015년 네이처글루텍을 설립 실용화를 준비 중이다. 제조용 GMP 시설도 갖췄다. 차 교수는 “첫 사례인만큼 식약처와 긴밀히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생체모방 기술은 바이오미메틱스(biomimetics)로도 불리며 특정 자연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한 종의 특성을 활용, 우리 생활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도구에 적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생명체의 행동이나 구조, 및 그들이 만들어 내는 물질(소재)를 모방 및 활용해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공학기술이다. 이 경우, 화학적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물질 모방은 상당한 난이도를 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