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조기 진단-집중 치료가 성인기 증상 완화 가능성 높여

IBS, 자폐 조기 진단과 집중 치료 중요성 제시하는 연구 선보여

과학입력 :2022/09/21 14:27    수정: 2022/09/21 14:35

자폐 치료의 가장 좋은 방법은 어린 시절 일찍 진단해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은 김은준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 연구팀이 유년기에 자폐를 조기 진단하고  집중적인 약물 치료를 하면 자폐 증상을 평생 완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21일 밝혔다.

유년기 치료 여부에 따른 성체기의 자폐 증상 발현 (자료=IBS)

연구팀은 이같은 결과를 담은 논문 2편을 최근 학술지 '셀 리포츠(Cell Reports)'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잇달아 공개했다.

자폐증은 세계 인구의 약 2% 정도에서 발병하는 뇌 발달 장애로, 원인이나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았다. 자폐는 주로 유년기에 시작되지만, 유년기에 뇌에서 생기는 변화가 성인 시기까지 계속 영향을 주는지도 불분명했다.

■ 어린 시절 자폐 유발 유전자, 성인기에 다른 방식으로 증상 유발

김은준 단장 연구팀은 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및 배용철 경북대 교수팀과 함께 자폐 모델 생쥐의 자폐 증상이 성장 과정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대표적 자폐 연관 유전자인 ‘MYT1L 유전자’를 제거한 실험쥐는 다른 생쥐와 사회적 교류를 잘 하지 않고, 우리 안에서 뜀박질을 반복하는 등의 자폐 증상을 보였다.

성장 과정에 따른 MYT1L 결손 자폐 생쥐의 자폐 증상 (자료=IBS)

뇌 변화는 유년기에 시작됐다. MYT1L을 결손시킨 유년기 생쥐 뇌의 전전두엽에선 흥분성 시냅스의 수와 신호 전달이 눈에 띄게 줄었다. 시냅스는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로 구분되는데, 두 시냅스의 균형이 깨지면 뇌 정신질환이 유발된다.

MYT1L 결손 생쥐의 자폐 증상은 청소년기에 일시적으로 정상화됐다가 성체 시기에 다시 강하게 나타났다. 흥분성 시냅스의 수가 감소된 유년기와 달리, MYT1L 유전자 결손은 성체 시기엔 억제성 시냅스의 수와 신호전달을 증가시켰다.

MYT1L 결손으로 인한 유년기의 뇌 변화가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됐다가 어른이 된 후엔 다른 메커니즘으로 자폐 증상을 유발한다는 의미다. 자폐 치료를 위해서는 유년기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 어릴 때 집중 치료 받으면 성인 되어도 증상 완화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또 다른 자폐 모델 생쥐를 대상으로 조기 치료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자폐 관련 유전자 중 하나인 ARID1B 단백질이 결여된 쥐는 사회성이 떨어지고 반복 행동을 보임을 확인했다.

이어 ARID1B 돌연변이 생쥐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유년기 ARID1B 결손이 뇌 전전두엽의 흥분성 시냅스 수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청소년기와 성체 시기 생쥐의 흥분성 시냅스 기능 감소로 이어졌다.

ARID1B 결손 자폐 생쥐의 유년기 약물 치료 효과 (자료=IBS)

뇌의 변화가 유년기에 시작된다는 점에 착안, 연구진은 실험쥐에게 흥분성 시냅스를 항진시키는 플루옥세틴(Fluoxetine) 약물을 생후 3주 간 투여했다. 유년기 약물치료를 받은 돌연변이 생쥐는 성체가 되었을 때 약물 치료 없이도 정상 생쥐와 유사한 수준의 사회성과 반복 행동을 보였다. 시냅스의 신호 전달과 수 역시 정상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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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준 단장은 "두 건의 연구를 통해 성장 과정에 따른 자폐 발생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유년기에 집중 치료를 한 후 추가로 약물을 투여하지 않아도 평생 자폐 증상이 완화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라며 "이번 결과를 자폐 전반에 걸쳐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기존 연구 성과 등과 종합해 보면 조기 진단과 치료의 중요성은 거의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3세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 시기 사이에 진단해 주의 깊게 약물 치료와 행동 치료를 동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다른 유전자에 의해 유발되는 자폐 증상 역시 유년기 진단 및 약물 치료로 완화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