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나 조현증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가 새로 발견됐다. 뇌정신질환 치료제 개발의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DGIST(총장 국양)는 뇌과학과 엄지원·고재원 교수 공동연구팀이 지적 장애와 관련된 신규 유전자 변이를 보고하고, 이와 관련된 흥분성 시냅스 활성 신호 기전을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시냅스는 신경 세포 간 정보를 전달하는 창구다. 시냅스를 통한 신경회로 네트워크의 균형이 망가질 경우 다양한 뇌 발달 질환이나 정신질환, 퇴행성뇌질환 등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시냅스 접착 단백질은 서로 물리·화학적으로 결합하며 쌍방향으로 세포신호를 전달하는데, 이 결합에 의한 세포 내 신호전달의 작동 방식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었다.
엄지원·고재원 교수 공동 연구진은 2013년부터 시냅스 접착 단백질군을 연구해 왔으며, 특히 슬릿트랫(Slitrk) 시냅스 접착단백질군이 신호전달을 활성화하는 흥분성 시냅스와 억누르는 억제성 시냅스 발달에 관여하는 핵심 인자임을 규명한 바 있다.
이중 흥분성 시냅스 형성에 관여하는 슬릿트랫2(Slitrk2) 단백질은 X염색체 연관 지적장애를 비롯한 자폐증, 지적장애 등의 뇌질환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X염색체 연관 지적 장애는 X염색체에 있는 유전자들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지적장애로, 남아의 지적 장애 발병율이 여아보다 5배 가량 높은 이유다.
그간 조현병이나 양극성 장애와 관련한 다양한 슬릿트랙2 유전자 변이가 보고된 바 있으나, 이러한 변이가 어떻게 슬릿트랙2 단백질 기능에 영향을 주어 뇌질환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었다.
연구진은 뇌정신 및 뇌발달 질환자들의 DNA 영역 중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부분인 엑솜의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이같은 엑솜 시퀀싱을 통해 기존에 보고되지 않았던 다양한 슬릿트랙2 유전자 변이들을 검출하고, 이 변이들이 슬릿트랫2 단백질 구조 및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특히 변이들 중 일부는 슬릿트랙2 단백질이 세포막에서 제대로 발현하지 못하게 기능을 망가뜨려 흥분성 시냅스 신경전달 과정을 저해함을 발견했다.
또 이번에 새로 발견된 뇌발달질환 관련 슬릿트랙2 변이들은 모두 트랙B 수용체의 발현 및 활성을 비정상적으로 변형시켰다. 트랙B 수용체는 뇌에서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 신경 생성을 촉진하는 BDNF 인자와 함께 작동해 시냅스 발달을 매개하는 중요 단백질이고, 자폐 등 뇌 발달 질환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슬릿트랙2-트랙B 복합체를 타겟으로 한 신규 뇌정신질환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으리란 기대다.
관련기사
- KAIST, 자폐 발병 원인 유전체 수준에서 규명2022.07.19
- 우리 몸 면역 시스템이 조현병 일으킨다?2022.06.08
- 뇌 찌꺼기 청소하는 해독 작용이 도리어 치매 유발?2022.06.23
- [풀어쓰는 과학 이야기] 우영우의 자폐, 기억, 그리고 지능2022.07.25
엄지원 교수는"이 연구는 슬릿트랙2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 X염색체 연관 지적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핵심적 증거를 제시한 최초의 논문"이라고 밝혔다. 고재원 교수는 "슬릿트랙2-트랙B 복합체가 관련 뇌발달질환의 중요한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현재 관련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 기초연구실지원사업,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미래선도형특성화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