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5조원 규모' 배달 시장이 계속 성장하려면

배달업계 이해관계자 목소리 귀 기울여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해야

기자수첩입력 :2022/09/20 16:27    수정: 2022/09/20 16:30

높은 배달비와 포장 주문, 그리고 매각설까지. 최근 배달 업계를 관통하는 이슈들이다. 

고객 배달료 부담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직접 가게에서 음식을 수령하는 포장주문 방식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올랐는데, 그러자 수수료 지급 문제가 불거졌다. 나아가 시장 한 축을 담당했던 쿠팡의 배달앱 사업(쿠팡이츠) 처분 얘기가 흘러나오는 등 업계가 뒤숭숭한 모습이다.

이쪽 분야를 취재하다 보면, 머릿속엔 항시 ‘어렵다’는 단어가 서성거린다. 전문성을 요하기보다는 서로 합의점을 찾기 힘든 이해관계자들이 많이 얽혀 있어서다. 

배달앱 시장은 소비자에게 직결되는 업종으로,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자영업자들이 있다. 또 플랫폼을 주축으로 바로고와 생각대로 등 배달대행 업체들도 지역 배달 환경을 책임지고 있다. 여기에 현장 라이더까지 곁들여진다.

배달비 문제도 쉽지 않다. 소비자는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를, 라이더는 여전히 적다는 하소연을 한다. 배달 회사들이 점주들에게 초점을 맞춰 여러 지원책을 내놓지만, 불협화음은 잦아들지 않는다. 불완전경쟁시장 내 문제점을 속도감 있게 해결하려면 뒷받침할 만한 관련 정책과 업계 의견 수렴, 수차례의 소통 과정 등이 수반돼야 하는데 좀처럼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건 이 때문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시장가격이 오르내리거나 결정되는 건 수급 논리로 좌우된다. 다만 균형가격을 형성하는 데 있어, 수요자와 판매자 간 장기적으로 불편을 느끼거나 편중된 돈을 지불하는 체계가 지속되면 시장은 결국 무너지게 된다. 엔데믹 이후 배달 시장이 사양 산업으로 분류되는 동시에, 배달비 피로감이 극에 달한 실정과 같다.

이 때 필요한 게 정부의 실효성을 갖춘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에선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등으로 사업자들을 옥죄다가, 임기 말미엔 ‘배달비 공시제’를 시행하며 배달비 잡기에 나섰다. 배달의민족(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앱별 배달료를 비교 공지해 가격 경쟁력을 유도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취지였다.

반년이 지났고, 배달비는 외려 올랐다. 소비자에게 비용을 고지하는 단순한 전략으론 천정부지 배달료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결론이 사실상 내려졌다. 배달 회사들의 수수료 책정 시스템은 어떤지, 자영업자가 누리는 혜택과 개선점은 없는지, 또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수익 배분은 합리적인지 등을 살펴야 하는데, 아직 이런 제대로된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는다.

이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소비자가 체감하는 비용 인하를 논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플랫폼 자율규제’ 기조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자율규제란, 방임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을 위한 제도적 기류다. 그러려면 사업자와 자영업자, 라이더, 그리고 소비자 등 다방면의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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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배달 시장이 25조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라이더 숫자만 50만명을 웃돈다. 전단지로 식당을 알리던 점주들이,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에서 편리하게 홍보할 수 있게 됐다. 매장 운영 없이 배달만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구조로 탈바꿈했다. 

지엽적인 위치의 가게들도 플랫폼을 활용하면, 이윤 창출이 가능하도록 산업 체계가 뒤바꼈다. 배달 산업을 지키려면 설익은 규제나 대책을 내놓기 보다 얽히고설킨 시장 참여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정확한 문제를 진단하는 게 먼저다. 그래야 시장, 소비자, 자영업자, 라이더, 그리고 기업 모두가 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