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얏 갓(이스라엘)=권봉석 기자] 인텔은 14일(이하 현지시각) 키르얏 갓(Kiryat Gat) 소재 반도체 생산시설 '팹28'(Fab 28)과 오는 2024년부터 가동될 반도체 생산시설 '팹38'(Fab 38) 건설 현장을 글로벌 전문기자와 애널리스트 등에게 공개했다.
팹28은 현재 데스크톱PC용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엘더레이크)와 향후 출시될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랩터레이크), 5G 통신칩 등을 인텔7 공정에서 생산한다. 1만 4천명에 달하는 전체 이스라엘 인력 중 5천여 명이 이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인텔은 팹28 인근에 총 100억 달러(약 14조원)를 들여 차세대 공정 제품을 생산할 팹38(Fab 38) 생산시설과 신규 사무동, 주차장 등 부대시설도 함께 건립중이다.
■ "머리카락 1/100 단위 이물질도 웨이퍼에는 치명적"
사무동 3층을 가로질러 처음 도착한 곳은 결함처리실(Defect Operation Room)이다. 약 16명이 높낮이가 조절되는 책상에 앉아 듀얼 모니터를 연신 바라보며 각종 공정에서 생산되는 웨이퍼 품질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 곳 책임자는 "이 곳에서는 생산된 웨이퍼의 결함을 감시하고 최대한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웨이퍼를 스캔하고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해 불량을 잡아낸 다음 그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주 업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는 50~80마이크로미터(0.05-0.08mm)지만 웨이퍼에는 100나노미터(0.0001mm) 단위 이물질만 달라붙어도 불량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직원을 가리키며 "그는 자폐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10nm 웨이퍼의 사진만 보고도 결함을 찾아내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마치 공상과학소설 같은 이야기다"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 "클린룸 24시간 원격 제어...장비 놀리지 않는 것이 목표"
결함처리실 바로 옆에는 원격제어실(Remote Operational Room)이 있다. 이 곳에서는 약 30여 명이 12시간 단위로 교대하며 클린룸에 설치된 모든 생산 설비를 원격으로 제어한다.
21인치 모니터가 4개씩 연결되어 있는 화면에는 노란색(계획정비), 빨간색(유휴), 핑크(제한) 등으로 각종 장비 상태가 표시된다. 이 곳 책임자는 "복잡한 생산라인을 감시하며 되도록 장비를 놀리지 않고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과정은 마치 비행기 오토파일럿처럼 80~90% 가까이 자동화되어 있다. 그러나 오토파일럿이라 해도 이·착륙 과정은 사람 손을 거치는 것처럼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경우 엔지니어가 개입해 아예 생산 라인을 세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할 무렵 갑자기 사무실 안에 요란한 음악이 흘러 나왔다. 이 곳 관계자는 "장시간 책상에 앉아서 일할 경우 생길 수 있는 건강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 시간마다 함께 스트레칭을 한다"고 설명했다.
■ '팹38' 2024년 이후 차세대 제품 생산
사무동 3층에서 1층으로 내려와 바로 옆 건물인 주차장 5층으로 올라가자 현재 인텔이 100억 달러(약 14조원)를 들여 건설 중인 팹38(Fab 38) 공사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팹38을 제어할 4층 높이 신규 사무동과 5층 규모 주차장이 동시에 세워지고 있다.
팹38이 완공되면 EUV(극자외선) 관련 장비들이 도입되어 오는 2024년 이후 인텔이 생산할 차세대 제품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현지 관계자는 "팹38은 현재 가동중인 팹28과 통로로 연결되어 웨이퍼 등을 자율주행 로봇을 통해 주고 받게 될 것"이라며 "팹38에 올라갈 트러스는 총 36개이며 이를 들어올리기 위해 세계 최대의 크레인인 사렌스(SARENS)도 동원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 현장에서 먼지가 날리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해 공사 현장 바로 옆에 있는 공장에서 직접 레미콘을 생산하고 있고 각종 중량물도 교통 체증 등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한적한 시간대를 골라 운송 중"이라고 설명했다.
■ 클린룸 안으로..."모든 다이는 살고 싶어 한다(Every die wants to live)"
5층 주차장에서 다시 바로 옆 사무동 3층으로 이동한 다음 실제 가동중인 팹28(Fab 28) 클린룸 안으로 들어갔다. 인텔 관계자는 "한국 기자가 인텔 반도체 생산시설의 클린룸까지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귀띔했다.
클린룸은 1입방미터 당 오직 1~2개의 먼지만 허용할 만큼 청정한 환경이 요구된다. 온도는 22도로 유지되며 공기가 위에서 아래로 순환하며 떠다니는 먼지들을 쉴새없이 빨아들인다.
덧신과 두건, 면장갑과 라텍스 장갑, 상하 일체형 방진복에 보안경까지 갖춰 입어야 비로소 클린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휴대했던 펜과 메모장도 회수되고 먼지가 날리지 않는 특수 소재로 만들어진 메모장과 볼펜이 지급됐다.
클린룸 입구에는 품질 향상 의지를 담은 표어인 "모든 다이는 살고 싶어 한다"(Every die wants to live)가 눈길을 끈다.
처음 입어본 방진복은 상당히 답답하고 공조장치는 물론 머리 위로 웨이퍼를 실어나르는 OHT(오버헤드 호이스트 트랜스포트), 각종 설비들이 내는 소음으로 매우 시끄러웠다. 클린룸 입구를 경계선으로 펼쳐지는 노란색 조명도 어지러움을 더한다.
현지 관계자는 "과거 웨이퍼에 가장 영향을 덜 미치는 색상으로 노란색이 꼽혔기 때문이며 이것이 전통으로 굳어진 것"이라며 "인텔 뿐만 아니라 반도체 업계의 그 누구도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ASML·도쿄일렉트론 장비로 코어 프로세서 생산
반도체 생산 공정, 특히 20나노 이하 미세공정에서 네덜란드 ASML과 도쿄일렉트론(TEL)의 시장 지배력은 절대적이다. 팹28 내부에서는 양사 이외의 다른 회사 장비를 찾아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DUV(심자외선) 장비인 ASML 트윈스캔 NXT:1980Di 등이 한 웨이퍼에 총 4번 회로를 새기는 쿼드 패터닝으로 12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물론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부지런히 찍어낸다.
ASML 장비 중 한 기기에는 국내 한 대형 반도체 제조업체가 2019년 7월까지 활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비상연락망과 점검표, 전화번호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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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이날 클린룸 내부에서 웨이퍼의 결함을 잡아내는 장비인 SRC103을 각국 기자단에 공개했다. 이 장비는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이스라엘 현지 기업이 공동 개발했다.
현지 관계자는 "이 장비는 전자현미경으로 웨이퍼 표면을 스캔하고 긁힘이나 이물질 등을 실시간으로 잡아낸다"며 "발견된 결함은 인텔이 전세계에 운영하는 다른 팹으로도 전달해 품질 향상에 활용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