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프로세서 산실, 하이파 이스라엘 개발 센터를 가다

[인텔 테크투어] "개발부터 양산 전 테스트, 출시 후까지 지속 검증"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9/14 15:01    수정: 2022/09/15 10:20

[하이파(이스라엘)=권봉석 기자] 인텔은 13일(이하 현지시간) 전세계 전문기자와 애널리스트 등 총 50여 명을 대상으로 IDC(이스라엘 개발 센터) 내부 시설 중 일부를 공개했다.

IDC는 이스라엘 서부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 약 90km 떨어진 북부 항구도시, 하이파에 위치해 있다. 이스라엘 내 인텔 전체 인력(1만 4천여 명) 중 절반인 7천여 명이 IDC에서 근무한다.

이스라엘 하이파 소재 인텔 개발 센터(IDC) 9 건물. (사진=지디넷코리아)

IDC 인근에는 퀄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IT 기업도 입주해 있다. 이날 방문한 IDC 9 건물 옆에는 반도체 설계 인력 6천여 명이 근무할 수 있는 새 건물인 IDC 12가 2억 달러를 들여 건설중이다.

이번 행사는 IDC 9 건물과 IDC 1-4를 연결하는 구름다리를 건너 인텔이 사전에 준비한 8개 장소를 돌아보는 형태로 약 두 시간동안 진행됐다. 단순 녹음과 메모는 가능하지만 보안 등을 우려해 스마트폰과 카메라 등은 시설 내로 반입이 금지됐다.

IDC 9 건물 맞은편에서 2021년부터 IDC 12 건물을 짓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 1974년 단 5명으로 시작...오늘날 7천명 규모로 성장

인텔 IDC의 역사를 소개한 아릭 시머(Arik Shemer) 디버그 테크니컬 리더는 인텔 이스라엘 지사에서 40년 이상 근무한 최연장자다. 1974년 입사 이래 8080 프로세서(1974), 펜티엄 MMX 프로세서(1997), 센트리노 플랫폼(2003) 등 개발에 관여했다.

외국에서 찾아오는 임원이나 고객사 직원들에게 이스라엘 관광 명소를 안내하기 위해 안식년이던 2007년부터 2009년까지 2년간 관광 가이드 자격을 땄다는 특이한 이력도 가지고 있다.

하이파 소재 IDC에서는 이스라엘 내 인텔 인력의 절반인 7천명 가량이 근무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그는 "1974년 미국인 상사 1명, 직원 4명 등 5명으로 시작한 인텔 개발 센터는 1997년 출시한 펜티엄 MMX 프로세서 개발을 기점으로 주류 제품을 생산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 "윈도 부팅 성공 여부가 최대 관건"

포스트 실리콘 검증 연구소는 설계를 마친 프로세서나 반도체 등 시제품을 점검한다. 방문 당일도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가 테스트를 거치고 있었다.

현지 관계자는 "시험 생산한 프로세서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운영체제를 부팅하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라며 "코로나19 범유행이 지속되던 2020년 6월에는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엘더레이크) 샘플을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으로 보내 원격으로 전원이 들어오는 지 지켜보기도 했다"고 뒷 이야기를 풀어놨다.

각종 프로세서 시제품 성능과 호환성 등을 검증하는 기판이 IDC 내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인텔)

이 곳에서는 향후 프로세서에 탑재될 각종 입출력 규격도 함께 테스트한다. 관계자는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에 탑재될 PCI 익스프레스 5.0 검증을 위해 그래픽카드를 흉내내는 기판과 이를 위한 드라이버 소프트웨어도 함께 개발해야 했다"고 밝혔다.

■ 노트북 내부와 흡사한 40도 환경에서 발열·성능 테스트

PC 프로세서 성능은 발열 상태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고온 상태가 장시간 지속될 경우 프로세서는 손상을 막기 위해 스스로 성능을 떨어뜨리는 동작인 스로틀링에 들어가며 이 과정에서 성능 하락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프로세서 특성 검증을 위한 개발용 기판. (사진=인텔)

이날 방문한 전력·발열 성능 연구실은 실제 데스크톱PC·노트북 작동 온도와 같은 섭씨 40도 등에서 각종 게임과 벤치마크를 자동으로 실행하며 성능이 급격히 하락하는 원인을 찾는다.

현지 관계자는 "노트북용 프로세서는 동영상 재생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테스트하고 최적화한다. 프로세서 냉각장치는 수랭식이며 25도, 15도, 40도 등 원하는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고 밝혔다.

■ "프로세서 시제품 예외 없이 전수 검증"

분류 테스트 연구소는 시험 생산된 프로세서에 연결된 핀에 다양한 신호를 넣어서 의도한 대로 신호가 출력되는지 테스트한다. 이 곳 관계자는 "프로세서에 전압을 걸어서 어떤 게이트(Gate)가 열리는지, 전압은 얼마로 출력되는지를 확인하고 이상이 있다면 설계 팀에 이를 전달해서 수정한다"고 설명했다.

이 곳에서는 출시 이전은 물론 제품 정식 출시 이후에 생산된 프로세서까지 모두 테스트하고 그 결과를 차기 제품 개발에도 활용한다.

자동화 테스트를 대기중인 모바일(노트북)용 프로세서 시제품. (사진=인텔)

이 관계자는 이어 "주요 PC 제조사 등 고객사에 공급되는 엔지니어링 샘픔(ES), 품질 검증 샘플(QS) 등 제품은 출하 전 반드시 이 곳을 거쳐야 하며 예외가 없다. 시험 생산한 프로세서의 양산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 0.5 마이크론 회로에 전자 빔 쬐어 문제 수정

물리 디버그 연구소는 완성된 시제품이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거나 의도하지 않은 문제를 일으킬 경우 프로세서 표면에 이온 빔을 쏘아 미세한 배선을 끊거나 연결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다.

현지 관계자는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양산 단계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시제품용 웨이퍼를 처음부터 다시 생산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이 곳을 거쳐 문제를 수정하고 결과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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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서 정식 출시 전 각종 샘플은 IDC 내에서 전수 검사를 거쳐 고객사 등에 공급된다. (사진=인텔)

이 곳에서는 프로세서 내부 트랜지스터에 이온화 빔을 쬐어 0.5마이크론 단위 배선을 연결하거나 끊으며 회로를 수정한다. 수정된 부분은 양산될 제품에도 반영된다.

이 관계자는 "일련의 작업은 외과의 수련 과정과 비슷하며 작업 특성상 AI 도입이 어려워 여전히 사람 손을 탄다. 신입 직원이 간단한 작업을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 5개월 이상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