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의 주머니 사정이 갈수록 팍팍해지는 모양새다. 금리 인상 등으로 반전세(보증부월세)나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늘어난 가운데 월 임대료 부담까지 상당해서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고 전세에서 월세로 갱신계약한 사람의 주거비 부담은 직전 계약보다 4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임차인의 임대료 상승률은 무려 170%를 상회한 것으로 파악됐다.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갱신계약 5165건 중 전세에서 월세로 계약을 변경한 221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 임대료 상승률은 21.4%로 집계됐다.
그중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107건의 평균 임대료 상승률은 3.7%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세 상한제 룰인 ‘5%’ 이내에 들어온 것이다. 반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은 114건은 집주인이 임대료를 평균 38.0%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료 상승률은 법정 전월세전환율 4.5%(현재 기준금리+주택임대차 보호법상 월차임 전환 시 제한 산정률)를 적용해 계산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래미안상도3차 전용면적 114.97㎡(10층)의 경우 직전 3억원에 전세 계약을 했으나 지난 7월 임대료를 177.8% 올린 ‘보증금 3억원·월세 200만원’으로 재계약했다. 직전 전세 2억원에 계약했던 서울 중구 황학동 롯데캐슬 전용 84.97㎡(10층)의 경우 지난 7월 보증금 2억원에 월세 83만원으로 계약을 갱신했다. 이 경우 임대료 상승률은 110.7%로 계산된다.
서울 강남구 소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않을 경우 집주인이 상당한 수준으로 임대료를 올리는 게 현실”이라며 “최근에는 금리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부는 보증금을 그대로 둔 채 월세를 올려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상승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월세 전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확정일자가 신고된 서울 임대차 거래는 7만2072건으로 나타났다. 그중 월세가 3만8883건으로 전체의 53.95%를 차지했다.
서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일곱 달째 전세 비중을 넘어서고 있다. 실제 서울 임대차 거래의 월세 비중은 지난 2월 52.50%로 전세 거래량을 추월한 뒤 5월 57.38%로 커졌다. 이후 6월(51.89%)과 7월(53.16%)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다가 8월 다시 확대됐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저금리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상승할 때는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했는데 집값이 하락하고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월세 전환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월세 전환 흐름 속에서 주거비 부담 증가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기준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이 고스란히 월세로 바뀌고 있는데 저소득층이 주로 포진한 월세 시장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한곳에서 월세가 오르면 다른 지역의 월세마저 끌려 올라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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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세가격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보증부 월세의 경우 보증금은 그대로인 채 월세가 오르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일련의 상황에서 보듯 임대차 시장의 불안정성과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관련 시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