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저랑 영상통화하다가 갑자기 나간다고 했거든요. 엄마랑 함께 차 빼러 간 것 같았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7일 포항 남구 인덕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실종된 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김모군(15)은 동네 친구와 마지막 통화를 끝으로 더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군과 복싱 연습장을 함께 다녔던 손승범군(15)은 "도저히 사고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체격이 좋은 친구라 살아 나올 줄 알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있던 자동차의 침수를 막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차를 이동시키기 위해 엄마와 집을 나섰던 김군은 7일 0시를 넘긴 시간 지하 주차장과 연결된 아파트 지하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김군의 어머니 김모씨(52·여)는 이보다 앞서 실종 신고 약 14시간 만인 6일 오후 9시쯤 의식이 있는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엄마는 이 아파트에서 실종된 주민 8명 중 두 번째이자 마지막 생존자다.
유족들은 아직 어머니에게는 아들의 소식을 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군은 모자가 친구 같은 사이였다고 떠올렸다. 김군 집에서 함께 놀 때마다 집에선 모자의 살가운 대화가 오갔다고 했다. 손군은 "(김군) 엄마가 놀러 갈 때마다 과자와 먹을 것을 챙겨주셨다"며 "친구가 '엄마 배고파 밥 줘' 하며 다정하게 이야기한 기억이 난다. 둘은 친구 같은 사이였다"고 말했다.
이날 0시를 막 넘긴 시간 실종자 8명이 구조된 뒤 어둑한 아파트에는 앳된 얼굴의 중학생 3~4명이 찾아왔다. 김군의 친구들이 "친구가 연락이 안 돼서 걱정돼 찾아왔다"고 하자 소방대원 한 명이 친구들에게 조용히 김군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소식을 들은 친구들은 허망한 표정으로 지하주차장을 바라봤다. 한 친구가 "(김군에게) 편지라도 쓰고 가자"고 말했다. 새벽 2시가 가까운 시간까지 친구들은 배수 작업이 한창인 아파트 앞을 떠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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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군은 "친구가 꿈에 나올 것 같아서 주변 친구들에게 (김군 소식을) 이야기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