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블록체인 기반으로 증권성 있는 권리를 발행, 유통하는 '증권형 토큰(ST)'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오는 4분기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증권형 토큰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향' 정책 세미나를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개최하고 이같은 정책 방침을 밝혔다.
ST 시장은 주요 토큰들의 시가총액이 20조원 이상을 기록할 만큼 성장했으나, 현행 자본시장법이 STO에 대한 유통을 상정하지 않고 있어 규제 적용 여부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날 세미나 개회사를 맡은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ST의 정책 방향은 금융 혁신, 시장의 공정성·신뢰성, 궁극적으로는 국민경제 발전이라는 자본시장법의 기본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며 "이런 기본을 지키면서 ST가 디지털 혁신을 이끌 수 있도록, 다양한 시범 사업 기회를 부여하고 블록체인의 기술적 특성을 최대한 수용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T의 유통과 관련해서는 검증된 증권 시장의 기존 인프라를 우선적으로 활용하되, 금융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문제점을 점검한 후 정식 제도화를 추진하려고 한다"며 "어떤 디지털 자산이 ST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안별로 개별 판단해야 하겠지만, 증권으로 볼 가능성이 높거나 낮은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자본시장법 적용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증권 법규, '블록체인' 특성 고려 안돼…법 개정 필요"
새 정부는 2017년 금지된 ICO와 STO를 허용하기 위한 규율 체계 수립을 국정과제로 삼고 추진 중이다. ST로 분류되는 토큰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을, 그렇지 않은 토큰은 발의 준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 규율 체계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지난 5월 금융위는 금융위, 금감원, 자본연, 외부 전문가, 예탁원, 한국거래소(KRX) 등이 참여하는 유관기관 TF를 구성하고 ST에 대한 정책방향을 검토해왔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이 TF의 논의 결과를 공유했다.
김갑래 선임연구위원은 토큰일지라도 현 자본시장법 상 증권성이 있다면 증권으로 간주할 수 있으나, 토큰 형태의 증권에 필요한 규율 및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관련된 내용이 입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증권 종류 중 ST를 아우를 가능성이 큰 투자계약증권의 경우, 유통 관련 규제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합법적 영역이 모호해 토큰 유통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점도 문제삼았다. ST 규제안 마련 과정에서 풀어야 할 입법 과제들이다.
■증권이냐 아니냐…가이드라인으로 정의·사례 소개 예정
TF는 기본적으로 금융위가 지난 4월 발표한 조각투자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증권성 판단 원칙'을 토큰의 ST 해당 여부를 판별할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를 투자자가 사업의 손익에 대한 권리를 갖는 경우로 정의했다.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사업자의 노력·경험과 능력을 통한 해당 사업의 성과와 연계된 수익, 가치·가격 상승 또는 투자 손실 방지에 대해 투자자가 합리적 기대를 갖도록 하는 경우다.
가능성이 낮은 경우로는 발행인이 없거나, 서비스 이용권 외 투자자가 발행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없는 경우라고 들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가상자산사업자가 증권성이 불분명하면 특정 로펌 컨설팅에 기초한 의견서를 받는 수준에 그치거나, 그조차도 하지 않고 토큰을 발행, 유통하는 것이 문제였다"며 "가이드라인은 최소한의 투자성을 띄는 가상자산이 실상 증권임에도 증권 규제를 받지 않는 상황을 선제적으로 규제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토큰의 증권 해당 가능성이 높은 경우와 낮은 경우에 대한 사례도 소개될 예정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기계적으로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증권성 심사 절차의 실질적인 기준으로서 의의가 있는 것"이라며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ST가 유통되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상황인데 거래소 상장 심사 단계에서 증권성을 검토하는 데에 기준으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첨언했다.
■증권 시스템 접목된 발행·유통 규제 도입 전망
정부는 저비용·맞춤형 증권 발행, 비정형적 권리의 유통이라는 ST의 혁신성은 살리되 제한 없는 공모 발행, 떨어지는 거래 편의 등 규제 미비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토큰 발행인이 기존 계좌관리기관을 통해, 또는 직접 요건을 갖추고 계좌관리기관이 돼 발행하도록 하고, 한국예탁결제원이 ST 발행을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증권의 경우 현행 제도에 따라 계좌부 기재를 통해 각 소유자들의 권리가 인정되지만, ST는 중앙화된 계좌부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장기적으로는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전자증권법을 정비하되, 임시 방안으로 분산원장과 별도로 법상 권리장부를 같이 두는 방식을 채택하는 개선안을 내놨다.
유통 방안으로는 투자자 보호 및 증권과의 규제 차익 방지를 위해 한국거래소(KRX)에 디지털증권 시장을 추가 개설하고, 증권사가 장외거래를 중개하되 규모 제한 및 자기발행 증권 중개를 금지하는 것을 제안했다.
디지털증권 시장의 경우 먼저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도입한 뒤 법제화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게 규제를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이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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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 시장의 경우 ST의 금융 혁신을 위해 허용하지만, 시장 안정성을 위해 당분간 거래 규모와 투자 한도를 제한해야 한다고 봤다.
금융위는 이번 발표 내용은 확정된 정책방안이 아니며, TF 초안을 바탕으로 추가 의견수렴과 검토를 거쳐 연말까지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