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명절에 전 부칠 필요도 없어...음식 9개면 충분"

'추석 차례상 표준화 방안' 발표

생활입력 :2022/09/05 17:06

온라인이슈팀

추석 차례상의 기본은 송편·나물·구이·김치·과일·술이다. 여기에 조금 더 올린다면 육류·생선·떡을 놓을 수 있다. 생선은 집안 형편에 따라 놓아도 되고 안 놓아도 좋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차례상 표준화 방안'을 5일 발표했다. 간소하게 차린 차례상이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 만큼, 차례 음식의 가짓수를 약 9가지로 줄이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국민 차례 간소화 기자회견'을 갖고 간소화 된 차례상 예시를 발표하고 있다. 2022.09.05. pak7130@newsis.com

최영갑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명절만 되면 '명절증후군'과 '남녀차별'이라는 용어가 난무했다"며 "이번 추석 차례상 표준안 발표가 경제적 부담은 물론, 남녀갈등·세대갈등을 해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균관이 내놓은 추석 차례상 표준안에 따르면,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 조선시대 유학자 퇴계 이황(1501∼1570)은 유밀과(밀가루를 꿀과 섞어 기름에 지진 과자)를 올리지 말라는 유훈을 남겼고, 명재 윤증(1629~1714)도 기름으로 조리한 전을 올리지 말라고 했다.

최 위원장은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돼요. 차례는 조상을 사모하는 후손들의 정성이 담긴 의식입니다. 이로 인해 고통받거나 가족 사이의 불화가 초래된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에요. 각 가정의 형편에 맞게 음식을 하는 것이 전통적인 예법입니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전국 유림을 대표하는 성균관유도회총본부 내에 작년 2월 구성됐다. 차례상 관련해서는 작년 10월부터 논의했고, 9번의 회의를 했다. 예법을 다룬 문헌과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이번 '차례상 표준화 방안'을 내놓았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국민 차례 간소화 기자회견'을 갖고 간소화 된 차례상 예시를 발표했다. (사진=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제공) 2022.09.05.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7월28~31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차례 관련 국민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차례를 지낼 때 가장 개선해야 할 점으로 10명 중 4명(40.7%)이 간소화를 꼽았다. 이어 '정성'(19.1%), 남녀 공동참여(19.0%) 순이었다.

차례 비용으로 가장 적정한 비용에 대해서는 10만원대가 전체의 37.1%를 차지했다. 이어 20만원대(27.9%), 10만원 미만대(16.0%) 등의 순이다. 차례를 지낼 때 사용하는 음식으로 몇 가지가 적당한지에 대해서는 전체의 49.8%가 '5~10개가 적당하다'고 답했다. 11~15개라고 꼽은 사람은 24.7%에 달했다.

최 위원장은 "각종 예서를 봐도 음식 가짓수에 얽매여 있지 않다"며 "간소하게 차린 차례상이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홍동백서(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 일)'나 '조율이시(왼쪽부터 대추·밤·배·감의 순서로 놓는 것)'는 어떤 근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성균관 측은 유교의 례를 바로잡는 일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발표할 방침이다.

최 위원장은 "이번 추석 차례상 표준안은 성균관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발표하는 것"이라며 "유교의 중추 기구인 성균관은 오랫동안 관행처럼 내려오던 예법을 바꾸지 못했다. 늦더라도 지금 하지 않으면 진짜 못한다는 생각때문에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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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나 제사를 후손들이 지내지 않는 것보다는 간소화하게라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차례와 제례를 위해 성균관은 지속적으로 연구할 것입니다.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이번을 기회로 결혼·장례 등 관혼상제의 잘못된 점을 계속 찾고 연구할 예정입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