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인간은 어떻게 살 것인가...데이터 인문 교양서 ‘데이톨로지’ 출간

김성태 교수, 지디넷코리아 인기 연재물 출간...기술의 ‘명과 암’ 조명

인터넷입력 :2022/08/29 16:13

모든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면서 인공지능(AI)·블록체인·메타버스 등과 같은 키워드들이 주요 화두다. 이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차세대 기술이자 서비스로, 내로라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집중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 기반과 중심에는 바로 '데이터'가 자리하고 있다. 빅데이터 없이는 AI, 블록체인, 메타버스와 같은 신기술과 서비스들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이에 데이터는 '원유'에 비유되기도 한다. 데이터라는 동력이 바꿀 미래의 큰 흐름에 많은 관심이 모이면서, 한편으로는 그 미래가 인간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줄지, 아니면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무서운 ‘트로이 목마’가 될지 기대와 불안감이 공존한다.

이 같은 궁금증에 고려대학교 김성태 미디어학부 교수는 지난해 5월부터 지디넷코리아에 데이터에 대한 철학적, 인문학적, 과학적인 성찰을 담은 기획 시리즈(김성태의 데이톨로지)를 연재하며 해답을 찾아 나갔다. 총 12편 연재된 글은 누적 조회수만 10만회를 넘을 만큼 많은 독자들에게 큰 통찰력을 선물했다. 김 교수는 이 글을 통해 기술과 데이터에 대한 기초적인 역사와 지식부터,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고 전망하며 지적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인간과 공존하기 위한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바라보며 사람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도 했다.

김성태 저자의 '데이톨로지'

김성태 교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2편의 연재글 내용을 중심으로 책을 펴낸 것. 이 책에서 그는 AI, 메타버스,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가상화폐, 블록체인 등과 같은 미래사회를 만들어가는 핵심 데이터 기술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알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과연 인간과 기술의 공존은 가능한지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떤 실천 전략이 필요할까 등을 보다 심도 있게 다뤘다. 기획 연재만으로는 부족했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책 한 권에 담아냈다.

책 제목은 '데이톨로지Datalogy: AI 메타버스 시대를 읽는 데이터인문학'(이른비출판사)이다. 이 책은 출간 직전인 2022년 8월말에 발표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KPIPA) 출판콘텐츠 창작지원작으로도 선정되기도 했다.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이자, 빅데이터 사회문제 연구 센터장인 김성태 저자와의 서면 인터뷰를 진행해 이 책의 출간 의미와 주요 논점을 짚어봤다.

[다음은 김성태 교수와의 일문일답]

고려대 김성태 미디어학부 교수

Q1. 책 제목인 '데이톨로지'는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지금 빅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가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제 그 세상에 대한 진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데이톨로지'(datalogy)는 '데이터data'와 '로지logy'의 합성어로,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읽고 이해하고자 하는 성찰을 말한다. 데이터에 대한 지식과 의미와 가치를 함께 담았고, 데이터를 과학과 인문학의 관점에서 동시에 바라보며 그 접점을 찾아본 것이다. 데이톨로지는 AI와 메타버스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데이터 인문 교양서다. 선형적인 디지털기술 진화에 대한 맹목적 믿음에 대한 반성이며, 결코 단순하지 않은 인간의 본성과 복잡계 세상에 대한 과학적 유연성을 강조하고 싶었다. 현대인의 필수지식인 데이터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고 올바로 이용할 수 있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며 썼다. 오랜 시간 대학에서 관련 과목을 가르치고, 현장에서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경험을 갖고 오늘날 데이터 기술이 가져오는 현재와 미래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살펴봤다."

Q2. 이 책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데이터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을 흥미롭게 전하기 위해 이 책은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용을 구성했다. 1부에서는 역사를 변화시킨 데이터 이야기와 데이터 연구의 발전사를 다뤘다. 아라비아 숫자, 구텐베르크의 금속 인쇄술, 디지털 코드 0과 1의 발명이라는 세 차례 데이터 혁명으로 인류 문명사를 정의했다. 그리고 사회과학 통계의 딜레마와 빅데이터의 양면성 등을 구체적인 사례와 논쟁 중심으로 다뤘다.

2부에서는 현재 진행형인 디지털 신문명의 여정을 따라가 보았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별점 평가에서 시작해 알고리즘의 철학적 연원, 메타버스 시대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역사적인 맥락에서의 시공간의 미학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시켰다. 그리고 레이 커즈와일의 '특이점 논쟁'을 환기하면서 다양한 실천적인 공리가 무엇인지를 살폈다.

3부에서는 인공지능 개발의 새로운 기술 '딥필링'과 함께 다가올 미래사회를 예측해 봤다. 지금까지 인공 로봇에 '지능'을 이식하는 데 주력했던 인공지능 기술은 이제 '감정'을 불어 넣으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즉 '딥러닝'에서 '딥필링'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 시대에 인간과 기술이 공존하려면 인간의 복잡한 감정계를 이해하는 노력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철학과 과학이 감정의 세계를 어떻게 정의하고 논쟁해왔는지를 우선적으로 살펴보았다. 소크라테스와 데카르트, 니체, 다마지오 등 감정을 탐구한 사상가·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기술과 가치의 조화를 강조하고자 했다. 그리고 기술의 측면에서 딥러닝과 딥필링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딥필링을 구현하기 위한 이론들과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자 했다."

Q3. 데이터가 가져올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며, 이 책이 어떤 역할을 하기 바라는가.

"데이터 기술 발달은 분명 우리 삶을 편하게 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 편리함을 담보로 사회 전반의 생활양식 또한 바뀌고 있다. 전례 없었던 코로나 팬데믹으로 보낸 지난 몇 년간은 더더욱 그렇다. 과연 그렇다면 미래사회는 장밋빛 유토피아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여기에 대해 정말로 고민이 필요하였기에 이 책을 내놓게 됐다.

세계적인 석학인 유발 하라리도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미래 사회를 데이터가 종교시되는 '데이터교'의 출현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10년 혹은 30년 후에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몹시 궁금하다. 최근 AI 기술의 발달은 전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일부 미래학자는 지금 시대의 대부분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한다. 최근 나온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현재 직업의 3분의 1이 지능형 에이전트나 로봇과 같은 AI 기술로 대체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거의 모든 인간의 직업이 재개념화되고 조정될 것이라고 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아이폰을 개발해 스마트 모바일 시대를 개척한 21세기 디지털 혁신의 아이콘이다. 그런데도 나는 다음과 같이 묻고 싶다. 스티브 잡스가 촉발한 21세기의 기술 문명은 사람들에게 더 좋은 고용의 기회를 준 것인지, 아니면 '뺏어 간 일자리' 즉 스틸 잡스(Steal Jobs)'가 더 많을 것인지? 분명 미래는 인간과 기계의 갈등이 더욱더 증폭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또 그 갈등이 초래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이 첨예하게 우리에게 목격될 것으로 예상된다. 직업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윤리적 가치까지도 포함해서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과학이 세상을 전부 설명해 줄 거라는 장밋빛 전망은 착각일 뿐이다." 얼마 전에 출간된 루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2020)의 한 구절이다. 나는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미래에 다가올 데이터 시대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일깨우며, 디지털 신문명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그려볼 수 있는 자극이 되기를 기대한다."

Q4.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얘기는.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정말로 미지의 신세계가 곧 도래할 것만 같다. 디지털 휴먼 같은 가상인간이 나타나고, 인간의 뇌 시냅스와 뉴런을 인공지능 기술로 구현할 수 있다고 하고, AI 로봇과 인간의 뇌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기술도 곧 상용화된다는 전망까지도 나온다. 어쩌면 인간의 감정까지도 완벽하게 구현하는 기계가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누군가의 말과 행동을 학습하고 그의 마음을 표현하는 인공지능 로봇과 자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인간은 분명 다르다. 우리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순간적으로 사랑에 빠질 때를 생각해보라. 사랑은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부분도 있지만, 지능적인 의식의 단계를 넘어서는 본능적인 감정의 상태이기도 하다. 인간 감정은 그런 것이다. 찰나에 이루어지는 감정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고 구현하는 것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 인공지능학자 수잔 슈나이더는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하나로 연결하고자 하는 디스토피아적인 일론 머스크에 대해 '인간의 마음을 위한 자살'이 될 것이라며 그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철학자이자 하버드대학 법대의 로베르토 웅거 교수는 "인간은 인간의 맥락을 뛰어넘는다"라는 역설적인 말을 남겼다. 인간이 가진 태생적 비과학성을 언급했다. 그 어떤 기술과 사회 제도도 모든 인간을 다 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오래전 임마뉴엘 칸트 역시 "인간은 휘어진 통나무와 같아서, 거기에서는 그 어떤 올곧은 것도 나올 수 없다"라고 선언적으로 말했다. 데이톨로지를 읽으며 기술 만능주의로 기울어진 현대 사회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인간과 공존하기 위한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바라보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기를 바란다."

Q5. 마지막으로 첨부하고 싶은 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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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에서 현재의 딥러닝 기반의 기술이 갖는 한계점을 지적했다. 또 복잡하고 심오한 인간 감정계를 구현하기 위한 딥필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이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인공지능 기술에 접목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다양한 인문학적, 뇌공학적 개념을 동원하며 다뤘다. 결국 관념론과 경험론, 자연과 인간, 이성과 감정, 존재론과 인식론, 객관성 추구와 주관성 한계 등등에서 '어느 한쪽이 맞고 다른 쪽은 틀리다'와 같은 배타적 주장은 옳지 않아 보인다. 한쪽의 일방적인 맹신이 아니라 양쪽 사이에 있는 '아름다운 거리'를 생각하며, 그 중간쯤 접점을 찾자는 얘기를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몇주 전에 고인이 된 지디넷 코리아 故 박승정 전편집국장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사제의 연을 맺고 같이 얘기 나눴던 수많은 화두들이 이 책에 포함됐다. 출간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났는데, 온전히 그분께 이 책을 바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