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ESG 강화"…최종현 SK 선대회장 서거 24주기

"이해관계자와의 신뢰 중요…탄소중립·이사회에 힘"

디지털경제입력 :2022/08/26 11:22    수정: 2022/08/26 16:11

SK그룹이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이익 사회환원'의 뜻을 이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친화 경영을 동력원으로 삼았다.

SK그룹은 26일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 서거 24주기를 맞았다고 밝혔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1962년 선경직물 부사장으로 SK에 합류했다. ‘기업 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으로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다.

그의 아들 최태원 SK 회장이 뜻을 이어 받았다. 최 회장은 25일 'SK의 ESG: 스토리를 넘어 실천으로'를 주제로 열린 '이천포럼'에서 “이제는 영업이익 같은 재무적 수치로 기업가치가 좌우되는 시대는 지났다”며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이해관계자와의 신뢰와 이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1982년 1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왼쪽)이 신입사원 연수 교육에서 SK경영관리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사진=SK)

SK그룹은 2050년까지 사용 전력 100%를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 에너지로 조달하는 ‘RE100’에 가입했다. 2050년 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결의했다. 2020년 말 수소사업추진단을 꾸리고 국내외 수소 기업에 투자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등 전통적 에너지 기업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와 친환경·재생 에너지기업으로 변신을 꾀한다. 필름 회사였던 SKC는 2차전지 소재 동박을 제조한다.

SK그룹 최고경영자(CEO)를 평가·보상하고,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하거나 회사 중요 사업을 결정하는 일은 이사회 몫이다. 지난해 8월 SK㈜ 이사회에서 최 회장이 반대한 해외 투자 안건에 나머지 이사는 찬성해 안건이 통과됐다.

SK그룹에 따르면 선대회장은 무분별한 벌목을 안타깝게 여겨 1972년 서해개발주식회사를(현 SK임업) 설립해 천안 광덕산, 충주 인등산, 영동 시항산 등을 사들였다. 임야 매입을 부동산 투자로 오해하지 않도록 지방 황무지를 샀다고 SK그룹은 설명했다. 50년 전 민둥산은 400만 그루 나무가 심어진 숲이 됐다. 선대회장이 조성한 숲은 서울 남산 면적의 40배라고 SK그룹은 전했다.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충북 충주시 인등산 임야를 사들여 나무 심기 전(위)과 후. 동그라미 사진은 최종현 선대회장이 부인 고 박계희 여사와 인등산에 나무를 심는 모습(사진=SK)

선대회장은 안 그래도 좁은 국토가 무덤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해 화장 장례 문화를 주장했다. 1998년 8월 타계하면서 “내가 죽으면 화장하고 훌륭한 화장 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지를 남겼다. 선대회장이 마지막 가는 길은 화장으로 치러졌고 SK그룹은 2010년 1월 500억원을 들여 충남 연기군 세종시에 장례 시설 ‘은하수공원’을 조성해 기부했다.

선대회장은 자원이 부족한 국가 경쟁력을 키우려면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고 봤다. 숲에서 발생한 수익을 장학 사업에 쓰기로 했다. 경영이 어려워지더라도 나무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장학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다만 나무를 키워 현금화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우선 사재 5천540만원으로 1974년 11월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매년 유학생을 해외로 보냈고 학비와 생활비를 줬다. 학위 취득 시 SK 근무 같은 조건을 달지 않았다. 장학생 4천명과 박사 820명을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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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2월 '장학퀴즈' 첫 방송 모습(사진=SK)

1970년대 일요일 아침을 깨운 ‘장학퀴즈’도 SK그룹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선대회장은 1973년 장학퀴즈가 광고주를 찾지 못해 폐지 위기에 처하자 “청소년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면 단 한 명이 보더라도 조건 없이 지원하겠다”며 단독 광고주로 나섰다.

선대회장은 기업 규모가 커지고 사회 구조가 복잡해 주먹구구식 경영으로는 성장하기 어렵다며 SK그룹의 경영 철학과 목표, 경영 방법론을 통일한 SK경영관리시스템을 1979년 정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