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뒤 군인 대신 험지 가는 '로봇개' 괜찮을까

일각에선 킬러 로봇 우려..."인권 중심 고민 필요해" 지적도

디지털경제입력 :2022/08/23 16:28    수정: 2022/08/23 20:59

최근 국방 스마트화 추세 속에서 군사용 로봇 활용 사례와 관련 개발 계획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군사용 로봇 형태는 다족보행로봇, 이른바 '로봇개'다. 다리 4개로 빠르게 산악 지형도 오르고, 등판에 감지 장치나 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현대로템이 이달부터 방위사업청장 주관으로 방위산업기술지원센터와 대테러작전용 로봇개 신속연구개발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기관과 기업이 협력해 군용 로봇을 개발하는 첫 사례다. 이에 따라 로봇개 활용 시점과 범위가 주목받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 감소, 미래전을 대비하는 영향으로 군사용 로봇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에서는 군사적 활용이 살상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윤리적 고민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로템의 대테러작전용 다족보행로봇 조감도 (사진=현대로템)

■ 로봇개, 현재 감시 순찰용...미래엔 대테러작전용

로봇개는 전·평시에 두루 걸쳐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류태웅 동신대 군사학과 교수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험로, 지형에 로봇개를 투입하는 등 작전 부대를 지원하고, 경계 초소 순찰을 맡기고 야간 투시 및 촬영기능을 추가해 24시간 경계 작전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로봇개는 미군에서 순찰용으로 도입되고, 국내에서는 대테러작전용으로 개발되고 있다.

미국 지디넷에 따르면, 미 우주군은 지난달 말 고스트로보틱스의 4족 보행 로봇 '비전(Vision) 60 Q-UGV'을 기지 순찰용으로 시연했다. 비전 60은 소형 무선 통신 장치를 탑재해 기존 통신 사각지대에서도 투입할 수 있다. 꼬리를 동력 장치 삼아 수중 투입도 가능하다. 

미 우주군 정거장에 서있는 고스트로보틱스의 로봇개 비전(Vision) 60 Q-UGV. (사진=미 우주군. 사무엘 베커 우주군 비행사)

국내에서는 대테러작전용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2024년까지 대테러작전용 다족보행로봇을 개발하고 로봇 본체, 임무장비 및 원격조종장치 등 시제품을 육군에 납품한다는 계획이다. 로봇 플랫폼 제작은 협력 관계인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맡는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휴머노이드 '휴보'를 만든 기업으로, 2족 보행 로봇에 들어간 부품, 관련 시스템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이번 4족 보행 로봇도 제작한다.

현대로템은 이번에 개발하는 로봇개 활용 방안 예시로 원격 조종, 야지의 험로 및 장애물 구간 투입, 로봇팔·원격무장통제장치·섬광폭음탄 및 최루가스 살포기·체온측정장치  등 장비 탈부착을 통한 목적에 따른 사용성을 들었다. 

류 교수는 "(사람 대신 순찰하는 등) 병력을 절약할 수 있고, 동굴 지역 등 험지 수색에 투입해 군인 희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형화하고, 소음을 줄인 로봇개를 적 지역에 침투시키면 적의 규모, 탄약저장시설, 지휘 시설 등 정보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로템의 대테러작전용 다족보행로봇 조감도 (사진=현대로템)

■  초기 단계부터 인권 중심 고민 필요

아직까지 로봇의 군사적 활용이 초기 단계인 만큼, 실제 전력으로 투입한다면 인권을 중심으로 활용 범위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로템의 개발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2024년에 첫 군사용 로봇개 시제품이 나온다. 이를 야전부대에 배치해 시험하고, 실제 전력화 관련 사안을 검토하려면 10년 정도 추가적인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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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연구부총장 (전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은 "로봇개가 킬러 로봇으로 전장에 배치되면 가치 판단 문제를 불러온다"고 말했다.

예컨대, 로봇개가 군인 대신 보초를 설 때 경계를 넘어오는 사람이 적군의 침투인지 살기 위해 귀화하는 사람인지 인간만큼 판단할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 부총장은 "물론 인공지능을 고도화하면 얘기가 달라질 여지가 있지만, 인간처럼 가치 판단할 수 없는 로봇개가 기계적 판단으로 사살하는 상황까지 염두하고 인권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