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카페 측의 사과문에서 사용한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두고 일부 네티즌들이 그 의미를 오해하며 카페 측을 비판해 문해력 저하 논란이 일었다.
재작년에는 광복절 임시공휴일을 앞두고 '사흘'의 의미에 대한 논란이 온라인을 달궜다. 3일을 의미하는 사흘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EBS가 방송한 교양 프로그램 '당신의 문해력'에서는 고등학교 2학년 수업에서 '가제(假題)'의 의미를 묻자 한 학생이 "랍스터"라고 답하는 모습이 담겼다. 리포트 제출 기한이 '금일'인데 '금요일'로 잘 못 이해해 교수에게 항의한 내용의 글도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23일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조사 결과 전체 성인의 22%인 960만 명이 일상생활에 실질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실상 문맹인이라고 보고했다. 실질 문맹률은 글을 읽고 쓸 줄 알지만,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 문해력의 문제를 뜻한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의 낮은 문해력이 고충이라 토로한다. 학생들에게 단어를 물어보면 다른 뜻으로 대답하고 교과서를 읽어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해 말 펴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학생들의 읽기 소양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 학생들은 읽기, 수학, 과학 세 가지 영역 평균 점수가 2009년에 비해 모두 내려갔는데 특히 읽기 영역 성취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연구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문장이나 짧은 단락의 의미를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축자적 의미 표상'의 정답률이 비교적 낮아 기초적 읽기 능력과 관련된 분야에서 학생들의 성취가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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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읽기 소양 교육 강화를 위한 국어과 교육과정의 개선 ▲'주제 탐구형 읽기' 등 능동적 읽기 교육 프로그램의 도입 ▲학년별 '읽기 능력 시험'의 개발과 활용을 통한 수준별 학생 지원 등의 교육 정책을 실행할 것을 제언했다.
연구진은 PISA 읽기 영역의 결과에 비춰 볼 때, "우리나라 학생들이 텍스트의 맥락에 대한 검토와 분석을 요하는 문항 정답률이 분석 대상국에 비해 낮은 것으로 보고된 것은 읽기 교육의 맥락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학생들의 읽기 성취 하락이 보고되는 것은 읽기 자료를 조사하고 찾아 읽는 과제 중심 독서, 문제 해결적 독서가 취약하다는 점을 말해준다"며 "읽기 소양을 진단하고 학생들의 수준에 걸맞은 교수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율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만 19세 이상 성인 6천 명과 초등학생(4학년 이상) 및 중・고등학생 33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국민 독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2020년 9월 1일부터 2021년 8월 31일)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47.5%, 연간 종합 독서량은 4.5권으로, 19년에 비해 각각 8.2%포인트, 3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초·중·고교 학생의 경우에는 연간 종합독서율은 91.4%, 연간 종합독서량 34.4권으로, 19년과 비교하면 독서율은 0.7%포인트, 독서량은 6.6권 감소했다.
그나마 독서, 기사 정독, 관련 교육 참여 등 본인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투자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89.9%의 응답자는 계획이 있다고 응답해 정부 정책에 따른 변화 가능성을 남겨뒀다.
전문가들은 매체 환경이 급속히 변화하는 상황에서 독서 진흥을 위해 늘어나는 비독자 인구를 줄이고 1주일에 1회 이상 책을 읽는 독서 인구를 늘리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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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윤석열 대통령도 22일 을지 국무회의 직후 정례 국무회의에서 "전 세대의 디지털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며 문해력 향상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부처들이 협업해서 추진하고, 추진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해달라"고 부탁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