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를 건립하며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위한 본격적인 기술 경영 행보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기술 리더십으로 반도체 사업에서 또 한번의 큰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이 부회장은 19일 경기도 용인 소재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의 이날 기공식 참석은 8.15 특별복권 후 첫 대외 행보이며, 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경영 활동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국내에 새로운 R&D 단지를 세우는 것은 2014년 경기 화성 사업장 디바이스솔루션리서치(DSR) 설립 이후 8년 만이다.
신규 R&D 단지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 캠퍼스 내에 건립된다. 기흥캠퍼스는 이병철 삼성 회장이 1980년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상징적인 곳이다. 1992년 세계 최초 64M D램 개발, 1992년 D램 시장 1위 달성에 이어 1993년에는 메모리반도체 분야 30년 1위의 초석을 다진 곳이기도 하다.
기흥 반도체 R&D 단지는 약 109,000㎡(3만3천여 평) 규모로 건설되며, 삼성전자는 2025년 중순 가동 예정인 반도체 R&D 전용 라인을 포함해 2028년까지 연구단지 조성에 약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기흥 R&D 단지'는 기흥-화성-평택을 잇는 수도권 최대 반도체 R&D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아울러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 반도체 R&D 분야의 핵심 연구기지 역할을 맡게된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은 "40년 전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기흥사업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라며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기공식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장(사장), 정은승 DS부문 CTO,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기공식 이후 반도체연구소에서 열린 DS부문 사장단 회의에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주요 현안 및 리스크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 진척 현황 ▲초격차 달성을 위한 기술력 확보 방안 등을 논의했다.
■ R&D 단지 건립…'시스템반도체 2030' 가속화 기대
최근 세계 각국은 경제안보의 핵심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는 첨단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그 어느때보다 치열한 반도체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신규 R&D 단지는 초격차 기술력 확보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시스템 반도체 2030'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18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취재진에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며 기술 경영을 강조한 바 있다. 또 2020년 6월 화성 반도체연구소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은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업계 최강 1위지만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는 큰 도약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5나노 미만 공정으로 칩을 생산하며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유일한 경쟁 업체이지만,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53.6% 점유율, 삼성전자는 16.3% 점유율을 기록했다. 게다가 지난해 인텔까지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하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의 선제적 반도체 기술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주도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하며 ▲메모리에서는 공정 미세화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소재·신구조에 대한 R&D를 강화하고 ▲반도체 미세화에 유리한 극자외선(EUV) 기술을 조기에 도입하는 등 첨단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 이 부회장, 복권 후 경영활동 본격화...M&A 기대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기공식 참석을 시작으로 경영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발표한 45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 이행을 꼼꼼히 점검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향후 5년간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6G 통신 등에 45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술 투자를 통해 삼성은 미래 신산업 혁신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다.
이 부회장은 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들어서는 제2 파운드리 공장 착공식에 참여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삼성은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착공을 위해 기초공사 중이며, 착공식은 올 하반기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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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M&A) 가속화도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9조4천억원에 인수한 이후 대규모 M&A가 중단돼 왔다. 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오너의 복귀로 삼성전자는 대형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올 상반기 말 기준 125조원에 달한다.
이 부회장은 경영진, 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일자리 창출 계획 진행 상황도 살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12일 복권 확정 이후 입장문을 통해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국민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