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출근하는데 포스코 사거리에서 대치역까지 2m 마다 정차된 차가 거의 한 대씩 있네요. 차들이 여기저기 주차돼 있어 이곳이 외제차 전시장인지 도로인지 분간하기 힘들었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학원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원생 김모씨(28)는 9일 출근길에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수억원에 달하는 외제차부터 대형 버스까지 20여대 차량이 서초대로를 점령하고 있어서다.
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진흥아파트 앞 왕복 8차선 서초대로 중 강남역 방향 4차선 도로에는 전날 운전자들이 버리고 간 빈 차 20여대가 어지럽게 정차돼 도로 통행이 불가능했다. 도로에 온전히 주차된 차량도 있었지만 차량이 전복되거나 화단을 들이받아 파손된 차량도 눈에 띄었다.
같은날 서초대로에는 전날 두고온 차량, 오토바이를 찾기 위해 모인 운전자들로 북적였다. 차량을 두고 탈출한 운전자들이 개별적으로 견인 등 조치를 하기도 했고, 경찰 견인차가 차를 견인해 가기도 했다.
운수업에 종사하는 신모씨(46)도 차량을 찾으러 서초대로를 찾았다. 신씨는 전날 오후 9시30분쯤 트럭에 책상을 싣고 서초동에서 삼성동으로 운전을 하던 중 차에 물이 차 올라 차에서 탈출했다고 한다. 신씨는 "갑자기 물이 허리까지 갑작스럽게 차 버려서 무서웠다"며 "앞의 산타페 차량 운전자가 차에서 먼저 나가길래 (우리도) 빠져 나왔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차량 침수 피해는 주로 강남 쪽에 집중됐다. 전날 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거리, 서초구 반포동 인근, 양재역 인근, 뱅뱅사거리 일대 등 에서도 고급 외제차를 포함한 수십대의 승용차가 침수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침수차와 출근 차량이 충돌하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으며, 이 때문에 이날 오전까지 교통정체가 이어지기도 했다.
강남구 도곡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28·여)는 전날 밤 자가용을 타고 퇴근을 하던 중 차가 갑자기 멈춰 서 차를 길거리에 두고 귀가했다. 김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업체를 불러 차를 수리센터에 맡겼다"며 "차들이 뒤엉켜 있어서 견인을 하는데도 시간이 2시간 넘게 걸렸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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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상에는 강남구 소재 아파트 지하 주차장의 사진과 침수된 외제차와 슈퍼카의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기차도 있을 것 같은데 지하주차장에 가면 감전이 되는 것 아닌지 걱정이 된다"며 "차 한 대값이 수억원에 달하는 데 보상은 누가 해주는 것인가" 는 글이 게시됐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