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동력원 동위원소전지, 누리호에서 실증 성공

원자력연, "우주탐사 핵심 동력 기술 실증...미-러 이어 세계 3번째"

과학입력 :2022/08/08 14:13    수정: 2022/08/08 14:31

세계 각국에서 달 착륙과 화성 탐사 등 심우주 개발이 추진되면서, 우주 극한 환경에서 동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동위원소전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우주 공간에서 동위원소전지 실증에 성공했다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이 8일 밝혔다. 지난 6월 발사된 누리호에서 분리된 성능검증위성에서 실증 작업을 마쳤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홍진태 박사가 동위원소전지 시제품으로 우주환경온도 시험을 하고 있다. (자료=원자력연)

동위원소전지는 방사성동위원소가 붕괴하면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열전소자에 전달해 전기를 만든다. 열전소자 양 끝에 온도 차이가 발생하면 전류가 흐르는 열전 현상을 이용한다.

태양이나 바람, 연료 등 외부 동력원 없이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온도, 압력 등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수명이 길어 충전이나 교체가 필요 없기 때문에 심해나 우주 같은 극한 환경에 적합하다. 원자력연이 실증한 동위원소전지는 반감기가 88년인 플루토늄238을 사용, 수명이 40년 이상이다. 

연구를 이끈 원자력연 홍진태 박사는 "달은 낮과 밤이 각각 14일씩 번갈아 이어져 태양전지를 쓸 수 있는 기간이 제한적"이라며 "달에서 2주 이상 탐사 임무를 수행하려면 동위원소전지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홍진태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동위원소전지는 지름 8.5㎝, 높이 12.75㎝cm, 무게 750g의 원통형 구조로 방사성동위원소 열원과 열전모듈, 열제어 구조체로 구성돼 있다. 누리호 성능검증위성 시험에서는 지구 저궤도에서 방사성물질 사용을 금지하는 UN 국제규범에 따라 방사성동위원소 열원이 아닌 전기 히터를 사용했다. 전기 히터가 동위원소전지에 쓰인 방사성물질이 내는 열과 같은 수준의 열을 내도록 해 성능을 검증했다.

성능 실증은 7월 11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누리호 성능검증위성에서 이뤄졌다. 누리호 성능검증위성은 국내 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4기의 큐브위성 발사와 함께 동위원소전지 성능 검증 임무를 맡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우주용 동위원소전지 시제품을 누리호 성능검증 위성에 탑재한 모습 (자료=원자력연)

시험 결과 1, 2차 시험 모두 목표 전기출력 120±50㎽에 도달했다. 이는 극저온의 달 표면에서 이차전지의 방전을 막고 전자기기를 보호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이다.

원자력연은 앞으로 3개월, 및 1년 6개월 동안 장기 시험을 통해 동위원소전지의 우주방사선 환경내구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또 방사성동위원소 열원을 탑재한 동위원소전지도 제작한다. 2031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달 착륙선에 실을 동위원소전지를 개발하는 한편, 화성 및 외행성 탐사에 쓸 수준으로 기술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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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위원소전지 기술 개발은 정부가 오는 9월 발표를 목표로 진행 중인 '차세대 전지 분야 초격차 기술 R&D 전략'에도 전고체전지와 수소연료전지 등과 함께 포함돼 있다.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우리 기술력으로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동위원소전지를 개발해 우주시험에 성공했다"라며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과 우주 기술의 빛나는 성과"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