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달까지 거리는 대략 38만㎞이다. 아폴로 11호는 1969년 새턴V 로켓에 실려 사흘 만에 달에 도착했다.
반면 다누리는 4개월 반 동안 누적 595만㎞를 돌아서 날아 달에 간다. 21세기의 다누리는 왜 이렇게 멀리 돌아 가는 여정을 택한 것일까?
다누리는 '탄도형 달 전이(BLT,Ballistic Lunar Transfer)' 방식으로 달로 이동한다. 발사체에서 분리되면서 얻은 추진력을 업고 달과 지구를 훌쩍 지나 태양 쪽으로 이동한다.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점까지 간 후, 지구 방향으로 궤도를 튼다. 이때 지구의 중력 덕분에 가속을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다.
이렇게 궤도를 수정해 발사 후 약 54일째엔 지구에서 155만㎞ 떨어진 지점까지 간다. 이후 다시 지구 중력을 활용해 달 궤도로 이동, 12월 중순 자체 추진제를 활용해 달 궤도에 들어선다.
BLT 외의 다른 방식으로는 지구에서 달로 바로 진입하는 직접 전이와 지구 근처를 굉장히 긴 타원 궤도로 몇 차례 공전하며 점진적으로 달 궤도에 진입하는 위상 전이 방식이 있다.
아폴로 계획 같은 유인 임무는 인간이 유해한 우주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직접 전이를 택했다. 그러나 달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감속할 때 역추진을 하는 과정에서 연료 소모가 크다.
위상 전이는 달 궤도 진입까지 약 1개월 정도 걸린다. 이 기간 동안 주요 부품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수정할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래서 일본과 인도가 처음 달 탐사를 할 때 이 방법을 썼다. 우리나라도 당초 이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다누리의 전력계와 구조계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무게가 당초 550㎏에서 678㎏으로 늘어났다. 위성과 탑재체의 크기와 무게, 성능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항우연은 연료를 줄이는 대신 운행 기간이 길어지는 BLT 방식으로 항행 방법을 변경하기로 했다. BLT는 다른 방식에 비해 연료 소모를 25% 줄일 수 있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5일 "(당초 계획대로 위상 전이 방식을 썼다면) 현재 다누리 무게로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이 3-6개월로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BLT 방식을 채택해 지금처럼 1년 간 임무를 수행하고, 이후 추가 임무도 고려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대신 탐사선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제어해야 한다. 조금만 잘못 움직여도 목표 궤적에서 크게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우연은 앞으로 최대 9번에 걸쳐 다누리의 궤적을 수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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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여 BLT 방식을 채택하면서 우리나라는 NASA로부터 우주 데이터 통신 등을 제공받고, 미국과 협업하며 우주 개발 관련 노하우를 얻을 수 있었다. BLT 궤적 설계에도 미국의 도움을 받았다.
존 구이디 NASA 부국장은 "앞으로도 한국과 협력할 분야가 많다. 한국이 다누리를 개발하면서 발휘한 역량을 또 발휘하기를 바란다"라며 "달 주변 네트워크 구축,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