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 분위기가 확산하며 '깡통전세'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강제경매를 신청한 임차인이 늘어나면서 관련 경매 진행 건수도 지난해 대비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임차인 및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신청한 강제경매 진행 건수는 총 983건이다. 지난해 상반기(659건) 대비 약 49%(324건) 늘어난 수치다.
빌라(연립·다세대 주택)의 경우 같은 기간 임차인·HUG 신청 강제경매 진행 건수는 493건이었다. 지난해 상반기(291건) 대비 70% 확대됐다. 아파트는 286건에서 316건으로, 주상복합은 82건에서 174건으로 증가했다.
이들 물건은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며 경매에 나왔다. 임차인들이 보증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한 뒤 경매로라도 구제를 받기 위해 나선 것이다. 전세보증보험에 가입된 경우 HUG가 임차인에게 대위변제한 뒤 강제경매 절차를 진행한다.
서울에서는 임차인·HUG 신청 강제경매가 중·저가 빌라 밀집지역에 몰렸다. 빌라는 부동산 시장 둔화기에 다른 주택 유형보다 먼저 하방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아파트 대비 가격 방어력이 부족해, 매맷값·전셋값 동시 하락으로 깡통주택이 될 위험도 크다.
올해 서울 소재 법원 중 임차인·HUG이 신청한 강제경매가 가장 많이 진행된 곳은 남부지법이었다. 전날 기준 서울에서 진행된 강제경매는 총 774건으로, 그 중 절반이 넘는 487건이 남부지법에서 이뤄졌다.
남부지법 관할 지역은 강서구, 양천구, 구로구, 금천구, 영등포구다. 남부지법이 담당하는 5개 자치구 중 강서구 화곡동, 금천구 독산동, 양천구 신월동 등 빌라 밀집 지역이 최근 깡통전세 위험군으로 거론된 바 있다.
일례로 지난달 강서구 화곡동의 전용면적 28㎡ 다세대 생활주택은 임차인인 A씨가 1억6000만원에 낙찰받았다. A씨가 집주인에게 냈던 전세 보증금은 1억8000만원으로, 사실상 보증금 중 2000만원을 손해 본 셈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연구원은 "전세를 끼고 집을 산 투자자들은 보통 다른 전세를 구해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내주는데, 매맷값과 전셋값이 하락하는 경우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깡통주택으로 전락하게 된다"며 "깡통주택이 늘며 진행 건수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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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매맷값과 전셋값이 내려가는 부동산 하락기에는 깡통주택 위험이 더욱 커진다"며 "특히 빌라는 시세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 보니, 집주인들이 빌라의 적정 가치보다 많은 임차보증금을 받은 경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