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영웅'으로 불렸던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고 있다. '퇴사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짐을 싸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병원의 일방적 인사 발령 조치로 누적된 불만이 한계치에 이른 결과다. 코로나19 병동으로 발령받은 간호사들은 약속한 근무기간을 채워도 본래 부서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코로나19 환자 수가 줄어들자 퇴사에 내몰리는 간호사도 있다.
코로나 영웅을 '토사구팽'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확진자가 늘면서 코로나 전담 병상이 늘어나고 있지만 '학습효과' 때문에 이곳을 꺼리는 간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의료 인력 운영에 혼선이 발생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 코로나 전담 병동 들어갈 때, 나올 때 두번 우는 간호사들
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년간 코로나19 전담 병동에서 근무한 간호 인력 사이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씨(28·여)는 "보통 코로나19 전담 병동은 자원하는 경우가 아니면 꼭 다시 돌아오게 해주겠다 약속을 하고 보낸다"며 "그런데 막상 돌아올 때가 되면 (원래 있던 부서는) 안 된다고 하더라"고 울분을 토했다.
A씨는 "다시 돌아올 때 인력 없는 병동으로 보내지는데 그런 곳은 보통 기피부서"라며 "배신감도 들고 퇴사 유도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들자 남는 인력에게 퇴사를 압박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코로나19 병동에서 근무 후 퇴사한 전직 간호사 B씨(28·여)는 "코로나19 환자가 줄어들자 갑자기 교대 근무 인원을 줄이고 다른 병동에 헬퍼로 보내더니, 결국 은근히 그만두라고 압박해 사직서를 썼다"며 "겉보기엔 자진 퇴사라 실업급여도 못 받고 있는데, 잉여인력 취급받는 처지가 너무 비참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전담 병동으로 첫 발령을 받은 신규 간호사의 경우 다른 부서로 이동 후 '배운 게 없다'며 무시당하는 일도 겪는다. 방역 최전선에서 희생한 결과가 퇴사 결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이 현장 간호사들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간호사 C씨는 "신규로 코로나19 병동에 들어오면 접할 수 있는 환자의 케이스가 많지 않다"며 "신규들이 바로 코로나19 병동으로 발령을 받으면 트레이닝이 안된 채로 다른 병동으로 가고, 결국 퇴사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상황을 전했다.
실제 코로나19 병동에서 신규 간호사가 경험하는 증상과 질병 폭은 제한적이다. 감염 우려가 높아 기본 처치를 제외하고는 시술이나 수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가라면 가고 오라면 와야 된다? '일방적 인사'에 상처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병상수 조정을 지시한 정부의 행정명령은 현장 간호인력 운영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조문숙 병원간호사회장은 "병원과 긴밀한 의사소통이나 현장감 하나도 없이 정부 차원에서 행정명령을 내렸다"며 "병원 입장에서는 행정명령에는 따라야 하고 제대로 (간호사) 교육도 못 시킨다.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간호사를) 무작위로 전진 배치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갑자기 코로나19 병동으로 발령 지시를 내리면서 근무 기간과 같은 기본 안내조차 하지 못하는 병원도 허다하다.
서울의 한 종합대학병원 간호사 D씨(28·여)는 "발령 보낼 때 근무 기간을 말해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물어봐도 '약속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만 했다"며 "저는 원래 부서로 돌아오긴 했지만 돌아올 때도 바로 전날에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병원은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바뀌는 정부 행정명령에 따른 결과라고 난색을 표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행정명령으로 병동 수를 조정하다 보니 인력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호소했다.
최근 코로나19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문제가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만명 수준까지 급증하면서 병원들은 줄였던 코로나19 전담 병동을 다시 확대하는 추세다.
실제로 경북대학교 병원은 최근 6개에서 1개로 줄였던 코로나19 전담 병동을 2개로 다시 늘렸다. 세브란스병원도 지난 7월26일까지 20개 운영하던 코로나19 중증·준중증 치료병상을 8월2일부터 30개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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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E씨는 "또 병원에서 태도를 바꿀 것"이라며 "간호 인력 혼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