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빼고 文정부와 같은 방역…'尹정부 과학방역' 논란

국가주도 방역 지속 불가능 외치며 '국민 자율과 책임'만 강조…'방역' 아닌 '방임' 지적

헬스케어입력 :2022/07/26 05:00    수정: 2022/07/26 11:27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과학방역’을 내세우며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점을 강조해왔다. 그렇지만 최근 재유행이 본격화되면서 과학방역으로 대표되는 윤 정부의 방역대책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9일 정례브리핑에서 “국가 주도의 방역은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누리꾼들은 주간 확진자 수가 2배로 뛰는 이른바 ‘더블링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각자도생’을 하라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 외래 진료 시 진료비와 약제비 일부를 환자에게 부담하게 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입원·격리자 생활지원비를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만 지급키로 한 결정이 맞물리며 정부 방역대책에 불만을 토로하는 분위기가 짙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중구보건소에서 화이자사의 백신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예방접종을 마친 뒤 주의사항을 안내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7.13/뉴스1 © News1

사실 현 재유행 상황은 예견돼왔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예방접종으로 획득한 면역력이나 감염에 따른 자연면역이 감소하는 6월~7월경부터 하루 확진자 수 반등을 우려해왔다.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BA.5 변이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높고 면역 회피 능력이 강하다”며 “얼마나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될지가 변수이지만 새로운 변이가 발생하고 면역력 약화에 따라 일년에 2~3차례 재유행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당국의 늦장 대응을 지적했다. 그는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유행 정점이 꺾이면서 4~6개월 이후 면역 감소시기가 도래하는 만큼 재유행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제때 예측과 대비를 하지 못했다”며 “6월부터 확진자가 늘기 시작했지만 정부는 50세 이상에 대한 4차접종과 이제야 해외입국 하루 전 PCR 검사 등의 대응을 취했다”고 비판했다.

현 정부의 ‘과학방역’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김우주 교수는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안하는 것을 과학방역으로 여기는 것 아니냐”며 “방역대책 수립에 있어 지나치게 경제적 이슈에 함몰돼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확진자가 늘어나면 국민들은 알아서 거리두기를 할 수 밖에 없고 이는 다시 경제 위축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며 “방역은 냉정하고 스마트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윤 교수도 과학방역에 비판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거리두기 적용을 하지 않는 것 말고는 방식의 변화는 없으면서 문재인 정부와 동일한 방역을 하고 있다”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대책 수립이 필요한데, ‘집단지성’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내놔 혼동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앞서 논란이 된 백경란 청장의 발언과 관련, 김우주 교수는 “윤 정부는 방역에 있어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지만 대통령 곁에 코로나19 대응 핵심 참모가 존재하는 지 의문”이라며 “대통령조차 코로나19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이는데 질병청장이 전권을 갖지 못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김윤 교수는 “방역은 국가의 기본 기능 중 하나”라며 “(백 청장의 발언은) 흡사 (정부는) 포기하겠다거나 책임 회피처럼 들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정부 개입 규제가 바람직하진 않지만 정부는 국민들로 하여금 방역지침을 잘 따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윤 교수는 코로나19 초기부터 논의된 유급 병가 등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파도 쉴 수 없는 플랫폼 노동자를 비롯해 확진이 되어도 쉴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재유행 뿐만 아니라 원숭이두창 등 짧아진 글로벌 신종 감염병 출현 주기도 문제다. 장기적 관점에서 최고 결정자가 책임을 지고 정책을 추진하는 구조가 구축돼야 한다는 데 전문가 사이에 이견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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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교수는 “대통령이 책임지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며 “대통령이 나서서 해야 할 결정을  결정 권한이 없는 관료들을 내세워서 책임지게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책임회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교수는 “신종 감염병에 대한 거버넌스 리더십 조직이 확실히 있어야 한다”며 “중수본, 방대본, 중대본 등 코로나19 관련 기구들은 제각각 분산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질병청은 예방접종을 강조하는데 복지부 관료는 코로나19를 계절독감 수준이라고 말하는 상황에서 누가 접종에 참여하겠느냐”면서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