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혁신을 선도했던 카카오가 돌연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매각을 선언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회사 노조와 구성원들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혹감과 아쉬움을 드러내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한동안 침묵했던 카카오는 지난 18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사업을 영위하기에 외부 공격이 (과도하고 집요하게) 많다”며 “카카오모빌리티 성장을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매각 계획을 선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업계와 구성원들은 모빌리티 매각에 대한 카카오의 의지가 매우 확고하다는 사실에 실망감을 내비쳤습니다. 아직 어떤 곳에, 얼마큼의 지분을, 어느 가격을 받고 넘길지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현재 1대 주주인 카카오가 2대 주주로 내려앉으려는 계획은 꽤 분명해 보입니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지분은 카카오가 58%, TPG컨소시엄(TPG·한국투자파트너스·오릭스)이 29%, 미국계 사모펀드(PEF) 칼라일이 6.2%, LG가 2.47%, 구글이 1.53%를 보유 중입니다.
■ 끊이지 않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큰 부담
카카오의 모빌리티 지분 매각 사유는 회사가 밝힌 대로 ‘외부 공격’이 가장 컸을 것으로 보입니다. 해마다 ‘골목상권 침해’란 프레임에 갇혀 택시 업계뿐 아니라 대리운전 업계와 갈등이 끊이질 않았고, 국회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의 관점에서 수시로 카카오를 저격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국정감사에서 카카오는 공격하기 딱 좋은 ‘단골’ 중 하나였습니다.
카카오택시의 경우 오랜 서비스 운영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유료 서비스를 내놓거나, 과금 체계를 조금 바꾸려고만 해도 이용자와 택시 업계의 반발에 직면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독점 기업의 횡포”라는 꼬리표가 달렸습니다. 특히 지난 2018~2019년에는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내놓으려 하자 택시 기사들의 분신이 이어지며 택시 업계로부터 거센 저항을 받았습니다. 회사가 계획한 사업에 제 속도가 날 수 없는 요인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카카오모빌리티 연결 매출은 ▲2017년 167억원 ▲2018년 536억원 ▲2019년 1천49억원 ▲2020년 2천801억원 ▲2021년 5천465억원으로 꾸준히 늘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125억원, 순이익 275억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현재의 속도와 방향대로 가더라도 매출의 지속적인 성장과 이익실현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카카오가 모빌리티 매각 사유로 밝힌 ‘외부 공격’을 감내할 수준의 실적이 당장은 아니어도 향후 몇 년 이내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 사업 속도는 높이고 비판 여론은 피하는 전략적 선택
하지만 카카오는 모빌리티 사업 최전선에서 후방으로 빠지는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1대 주주가 MBK파트너스와 같은 사모펀드가 자리할 경우 사업 확장에 있어 더 빠른 전개가 가능합니다. 신규 서비스나 비즈니스 모델 도입이 조금은 더 쉬워지고 카카오에게 온전히 쏟아졌던 비난 여론이 분산되기 때문인데, 만약 전통 사업자들과 마찰이 심해질 경우 “우리는 브랜드 사용권을 주고 서비스 운영에만 책임진다. 사업적 결정과 판단은 1대 주주에게 있다”며 책임을 살짝 피해갈 수도 있습니다.
2대 주주로서 실적의 과실은 챙기면서 그동안 걸림돌이 됐던 비판 여론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지면 모빌리티의 성장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 만큼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카카오뿐 아니라 구성원과 주주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온다는 계산 때문 아닐까요.
시나리오지만 카카오는 “혁신이 꼭 회사의 주인일 때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2대 주주로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하면서 회사 성장의 극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전략을 택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충분히 모빌리티가 성장했을 때 이용자 편익 관점서 운영을 가장 잘 하고, 기술력도 좋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카카오가 ‘필요하다면’ 1대 주주로 다시 올라서는 그림도 염두에 뒀을 것으로 보입니다.
■ 회사 성장→구성원·주주 이익 극대화 명확하다면 확실한 믿음 줘야
현 체제 유지든 매각이든 카카오모빌리티 성장에 있어 관건은 갑작스러운 회사 매각 검토 소식으로 혼돈에 빠진 구성원들의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본사의 노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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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은 최고 경영자와 의사결정권을 가진 주요 주주의 권한이더라도 모빌리티 매각이 반드시 필요하고, 모두에게 더 나은 결과를 확신한다면 회사가 구성원들과의 소통에 소홀히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게 카카오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카카오스러운’ 방식이니까 말이죠.
매각 결정을 돌이킬 수 없다면 "상생과 혁신은 멈추지 않는다", "카카오 크루들의 근무 여건과 처우가 결코 후퇴할 일은 없다",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더 큰 과실이 주어진다"는 확고한 믿음을 주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