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조가 모빌리티 매각에 반대하는 이유

'먹튀' 경영·사모펀드 회의론…노조, 매각 반대 투쟁·대규모 집회 예고

인터넷입력 :2022/07/12 19:35    수정: 2022/07/13 07:31

"카카오는 사회적 책임 대신, 회피(매각)를 선택했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플랫폼을 사모펀드가 운영하는 건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다. 모두 불행해질 것이다."

지난 11일 열린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반대’ 기자회견에선 '사회적 책임'과 '사모펀드'란 단어가 반복돼 나왔다. 상생 이전, 이익만을 좇아 회사를 사모펀드에 파는 건 ‘먹튀’ 경영이란 게 카카오 노조의 목소리다. 인수 주체가 MBK파트너스란 점도 이들이 더 강력히 ‘결사반대’를 외치는 이유다.

모빌리티 매각설에 뿔난 카카오 노조…"두 차례 협의 진행"

지난달 중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이 흘러나왔다. 투자은행 업계를 중심으로, 최대주주 카카오(지분율 57.5%)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간 지분 거래 협상 논의가 오간다는 내용이다. MBK파트너스가 카카오와 텍사스퍼시픽그룹(TPG)컨소시엄이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모빌리티 주인은 카카오에서 사모펀드로 바뀐다. 노동조합은 즉시 반발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는 지난달 14일 카카오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고, 조합원 간담회를 진행했다. 매각 얘기가 나온 지 사흘 만에 카카오모빌리티 구성원들은 과반노조를 구성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어 지난달 27일, 지난 4일 두 차례 그룹 관련 사안을 총괄하는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와 만나 대화 테이블을 구성했다. 노사 의견차는 다만, 좁혀지지 않았다. 노조는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과 논의를 원했지만, 사측에선 “최종 결정권자는 김성수 이사회 의장”이라고 일축했다. 

김 의장은 1차 협의엔 참석했지만, 이어진 2차 협의엔 불참했다. 카카오는 2대 주주로 전환 가능성을 시사하며, 모빌리티 사업 매각은 불가피하단 입장을 드러냈다.

"잉크 마르기도 전에 물밑협상…사모펀드 매각 앞뒤 안 맞아"

노조가 매각 저지에 나선 건 책임경영과 거리가 먼 카카오 행보 때문이다.

회사는 작년 말 상생 기금 3천억원을 조성해, 모빌리티 종사자에게 500억원을 쓰기로 했다. 이를 실현하기도 전에 회사를 매물로 내놓는 건 그간 카카오모빌리티 성장에 일조한 플랫폼 종사자를 배제하는 잘못된 처사란 게 노조 주장이다.

김주한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현재 카카오모빌리티가 8조5천억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달성하기까지, 수많은 노동자의 피와 땀이 섞여 있다”면서 “국민 편의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노력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사회적 책임을 표명한) 선언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물밑에서 매각을 추진한 데 대해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전 재산 절반을 사회에 기부한다고 했던 김범수 센터장이,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하려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고 꼬집었다.

"사업 투자? 핵심 자산 매각 후 배당 챙겨"…사모펀드 회의론도

MBK파트너스에 팔리면 모빌리티 사업 운영에 있어, 문제를 초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동기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금융정책위원장은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기업엔 비정규직부터 일자리가 줄었고, 계속 사업을 위한 투자는커녕 핵심 자산을 매각해 배당을 챙겼다”며 “투자자 수익 창출을 위해, 내수 시장 고용불안, 소비자 후생 감소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은 앞서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코웨이 인수 사례를 통해 “단물 빨아먹으며, 본인들 배만 불리는 격”이라며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인수하고, 인력 감축과 함께 매장 처분을 이어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카카오모빌리티도 (MBK파트너스 인수 시) 같은 일이 반복되며, 노동 조건은 열악해질 것”이라며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리며 빈껍데기만 남은 회사가 또다시 매물로 나오는 악순환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 지회장은 “(사모펀드 인수 시) 당연히 인력 이탈이 생길 수밖에 없고, 운영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카카오는 택시, 대리운전 사업뿐 아니라 자율주행과 서비스형모빌리티(MaaS), 도심항공교통(UAM) 등 기술 투자를 병행하고 있는데, (매각 시) 이런 움직임이 지속할 지 의문이 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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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승욱 카카오노조 지회장이 판교역 광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카카오에선 매각 관련,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단 입장이다. 회사는 “대내외 여러 의견을 충분히 경청해, 이해관계자와 카카오 공동체 성장,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매각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CAC는 곧 모빌리티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노조는 월말 3차 협의를 예정하고, 카카오모빌리티 측과 실무교섭 일정을 조율하기로 했다. 또 ▲피켓 시위 ▲계열사 임직원 1만5천명을 대상으로 한 서명운동 ▲현수막 부착 ▲MBK파트너스 인수 반대 투쟁 ▲대규모 집회 등을 진행할 계획이어서 양측 갈등에 업계 관심이 더욱 쏠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