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은 코스피에 상장할 수 있을까

[이슈진단+] 교보생명 IPO 예비심사 탈락 파장

금융입력 :2022/07/12 10:27

곽미령, 손희연 기자

교보생명의 코스피 입성이 다시 불발됐다. 

2018년 기업 공개(IPO) 추진이 진척되지 못하고 난항을 겪은 이후 2021년 12월 재추진했지만, 지난 8일 한국거래소는 교보생명의 '출사표'를 반려했다.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탈락시킨 것이다.

교보생명은 다시 IPO를 도전하겠다는 것이 목표지만,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과의 분쟁이 가라앉기 전까지는 다소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교보생명 본사

 심사 탈락 배경에 한국거래소 "주주 분쟁 경영 안정성 우려"

교보생명은 지난 7일 한국거래소로부터 2021년 12월 21일 신청한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받는다는 이례적인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통상 기업이 IPO를 추진한다고 하면 IPO 계획과 주관사 선정, 심사 신청서 제출, 결과를 알린다. 

업계선 교보생명이 어피니티 컨소시엄 등과 분쟁 중인 가운데 '예비 심사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교보생명이 과거를 지나 현재까지도 IPO를 추진코자 했던 의지를 강조하고자 하는 도식적인 행위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교보생명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지분 33.7%)이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36.9%를 확보하고 있으며 우호 지분 등을 더하면 주주 3분의 2이상 (IPO) 동의를 얻었다'고 기술해 IPO을 통한 우호 세력 강화에 더 방점을 기울인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되는 상황.

결론적으로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는 교보생명이 낸 예비심사를 통과시키지 않았다. 어피니티와의 분쟁이 문제가 됐다. 거래소는 교보생명이 어피니티 등과 벌이고 있는 풋옵션(주식 매수청구권) 소송을 미뤄봐 경영 안정성을 우려했고, 승인하지 않았다.

2012년부터 어피니티와 풋옵션 분쟁 진행 중

교보생명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수년 째 거론해왔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8년 12월 11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IPO를 처음 추진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교보생명이 상장하면 생보업계에서는 여섯번째로, 빅3 생보사 가운데는 마지막 상장사가 될 뻔했다.

그렇지만 대주주였던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지분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과 관련해 갈등이 생겼다. 갈등은 IPO 추진을 준비하던 2018년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 2012년 시작했다. 당시 어피니티는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천원에 인수했다. 계약 조건에는 교보생명이 2015년까지 IPO를 하지 않을 시 풋옵션을 통해 신 회장이 해당 지분을 되사가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교보생명이 IPO에 속도를 내지 못하자 어피너티는 2018년 주당 40만9천912원에 풋옵션을 행사했지만, 교보생명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피니티는 2019년 투자금 회수를 위해 국제상업회의소(ICC)에 국제 중재를 요청했고, 2021년 9월 ICC는 신 회장이 어피니티가 요구한 풋옵션 행사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의무가 없다는 1차 중재 판결을 내렸다. 어피니티는 측은 올해 3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을 상대로 1차 중재 신청에 대한 2차 중재를 ICC에 신청했다.

IPO는 숙원 사업 vs 분쟁 결과 유리하게 이끄려는 의도

어피니티가 원하는 풋옵션의 가치를 어떻게 측정했는지에 대해 교보생명은 회계법인과도 법적 다툼을 진행 중이다. 풋옵션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교보생명은 정말 IPO를 할 의지가 있었는가'도 주요 쟁점이다. 어피니티는 풋옵션 행사의 조건으로 '2015년까지 IPO를 하지 않을 경우'로 명시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보생명이 과거나 지금 의도적으로 IPO 진척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예비심사 탈락 이후 교보생명은 "IPO를 통해 분쟁을 매듭지어야 한다"며 "어피너티가 상장을 막기위해 무리하고, 고의적인 수단으로 수년 째 방해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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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이 일단락되지 않은 시점에 IPO를 추진한 것에 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회사가 지속가능한 상장을 하기 위해서이며 IPO는 오랜 기간 숙원 사업"이라며 "내년에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17),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자본확충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답변했다.

한편, 어피니티 측은 "시장의 예측대로 교보생명이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주주 개인의 분쟁에서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무리하게 IPO를 추진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