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업계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탈중앙화자율조직(DAO)'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DAO는 자발적 참여자들이 암호화폐로 자금을 모은 뒤 투표로 운용 계획을 결정하는 조직이다.
수적으로도 크게 늘었을 뿐 아니라 블록체인 사업을 준비하는 국내 주요 기업들도 DAO를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언급하는 등 블록체인 서비스의 필수 기능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보 보전 전략으로 유명세…"조직 수 1년새 8.8배 증가"
DAO가 유행할 것이란 관측은 일찍부터 제기됐다. 지난해 블록체인 데이터 전문 업체 메사리가 올해 업계 대세 키워드를 DAO를 꼽았을 정도다.
특히 국내에서는 올초 간송미술관이 재정난을 이유로 국보 '금동삼존불감'을 매물로 내놓자 국보가 해외 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국보 DAO'가 추진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해당 프로젝트는 모금액을 맞추지 못하면서 무산됐지만 '헤리티지 DAO'가 경매로 금동삼존불감을 매입해 간송미술관 측이 국보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사례를 남겼다.
DAO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뒷받침하는 지표들도 나타났다. DAO 거버넌스 솔루션 제공업체 스냅샷랩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700개였던 DAO 수는 1년 후인 지난 5월엔 8.8배 증가한 6천개 수준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제안 건수는 8.5배 늘었으며, 총 투표 수 역시 370만건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44만8천건)에 비해 8.5배 증가했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체이널리시스는 지난달 27일 DAO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고 현재 DAO가 디파이, 소셜 클럽, 보조금 지원, P2E(Play to Earn) 게임 길드, 대체불가토큰(NFT), 벤처 투자, 기부, 가상 세계 등을 위해 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메타버스·P2E 사업서도 한 자리
그 동안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가 나왔지만 대부분 단발성 흥행에 그쳤다. 그러다보니 장기적으로 이용자 이탈을 최소화하고 신규 이용자 유입을 이끌어내낸 사례는 찾기 힘들었다.
DAO는 기존 블록체인 서비스의 이런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무기로 각광받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는 DAO를 이용자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낼 새로운 수단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 계획에서도 이런 측면의 언급이 눈에 띈다.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는 자체 메인넷 '위믹스 3.0' 기반의 DAO 생성, 관리 플랫폼 '나일'을 오는 3분기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컨트랙트를 실행하는 '네이트' 프로토콜을 사용해 플랫폼 내 창작자들이 자금과 구성원을 모아 DAO를 조직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카카오는 지난 7일 메타버스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메타버스 플랫폼 '컬러버스' 데모 버전을 선보였다. 이날 카카오 계열사인 게임 기업 넵툰의 정욱 대표는 "컬러버스 내 이용자 커뮤니티가 성장함에 따라 웹 3.0, DAO 등이 도입되고 이를 통해 플랫폼 내 경제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DAO, 아직은 이상과 거리 멀어"
기업들이 DAO를 활용한 사업 계획을 구체화되고 있는 반면, DAO가 지향하는 의사결정의 탈중앙화의 구현 수준은 미미한 점이 향후 숙제가 될 전망이다.
스냅샷랩스는 신규 제안의 대다수는 전체 DAO 중 10%에서 비롯됐고, DAO 중 60% 가량은 출범 이후 나온 제안 수가 3개 이하에 그쳤다고 밝혔다. 아직까진 소수의 DAO만 의미 있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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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널리시스는 2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DAO 참여자의 1%가 투표권의 90%를 점유하고 있다며, 사실상 중앙화된 의사결정 과정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 솔라나 기반 대출 프로토콜 '솔렌드'는 5월 테라-루나 사태 이후 이어진 암호화폐 폭락 때문에 대규모 포지션 청산이 임박하자, 이에 따른 생태계 악영향을 우려해 해당 포지션 보유 계정의 통제권을 플랫폼에 넘기는 제안을 DAO 투표를 거쳐 통과시켰다. 그러나 전체 찬성표의 90% 이상이 특정 이용자 한 명으로부터 행사됐으며, 해당 결정이 탈중앙화를 추구하는 업계 사상과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이 결정을 무효화하는 것 및 향후 운영 방침이 재투표를 통해 도입됐다.